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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흐릿한 기억의 강가에서.

이제는 흐릿한 기억의 강가에서.

– ‘7080 FM Goldern Pops’ CD를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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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에 계시던 할아버지 한 분이 이사를 가시면서 정원에서 키우시던 금붕어 열 마리를 부탁하셨다. 그동안 사용하지 않고 두었던 어항을 청소하고 실리콘으로 다시 보수를 하면서 마당에서 월요일에 배송된 CD를 걸어 놓고 Juice Newton의 ’Angel of the morning’을 듣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도 오랜, 27년이 다된 그날 저녁이 다시 되살아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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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태평양 연안에서 PEMEX 석유회사에 용선된 미국 Maritime Overseas Corporation 소속의 product oil carrier M/V PLUTO 선원들은 저녁이면 모두 Manzanillo의 술집으로 달려갔다. 일층은 Bar고 이층은 침실이 있었다. 기관사들 끼리 앉은 테이블에 20살쯤 된 여자아이가 목에 십자가를 달고 앉았다. 너무도 깔끔하고 얼굴이 맑아서 사귀어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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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아이가 술집에 나와야 할까? 아직 이해할 수는 없지만 나름의 사연이 있을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때가 20대 초반이었으니까 아직은 때가 덜 타서일까 나는 그냥 맥주를 홀짝이면서 멀거니 쳐다보기만 했다. 그때 Juice Newton의 ’Angel of the morning’이 흘러 나왔다. “There’ll be no strings to bind your hands, not if my love can’t bind your heart; And there’s no need to take a stand. For it was I who chose to start.” 특유의 흐느끼는 소리에 젖어 있을 때 건너편의 마음씨 좋은 1기사와 이층으로 그녀가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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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뭔지는 모르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만 생각했다. 그 후로 ‘아침의 천사’를 들으면 언제나 그날 저녁의 그 술집의 모습이 너무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제는 그녀를 만나도 알아보지 못하겠지만 늙음과 함께 생긴 상처 때문일까? 이제는 그녀를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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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CD에 Paul Anka의 Papa는 70년대 고교시절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팝송이다. 가사가 비교적 쉽고 음이 경쾌해서 그랬던 것 같다. “Ev’ry day my Papa would work to help make two ends meet, to see that we would eat, keep shose upon my feet. Growing up with him was easy, time just flew on by, the years began to fly, he aged and so did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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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2학년 때 대구 교동 시장을 뒤져서 중고 SONY 녹움기를 샀다. 그때 7만 2천원이면 꽤 큰돈 이었다. tape에 녹음해서 들은 경음악 중에 ‘Sealed with a kiss’가 있었다. 그리고 한참 후에 가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Tho we gotta say good bye for the summer, Darling I promise you this: “I’ll send you all my love ev’ry day in a letter, Sealed with a kiss, “Guess it’s gonna be a cold lonely summer. But I’ll fill the emptiness. I’ll send you all my dreams ev’ry day in a letter Sealed with a k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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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시절 우리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었던 가수 중에 우수 어린 모습의 인디언 혼혈의 Lobo(회색 이리)가 있었다. 나는 특히 ‘Stony’와 ‘I’d love you to want me.’ ’We’ll be one by two today’를 좋아 했었다. “When I saw you standin’ there. I ’bout fell out’ my chair, And when you moved your mouth to speak I felt the blood go to my feet. Now it took time for me to know what you tried so not to show. Somethin’ in my soul just cries, I feel the want in your blue eyes. Baby, I’d love you to want me the way that I want you, the way that it should be Baby, you’d love me to want you the way that I want to if you’d only let it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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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부족하고 척박했던 그 시절 FM Pop Song 시간은 메마른 정서와 문화적인 갈증을 달랠 수 있었던 고대하던 시간이었고 막연히 전파 속에 흘러나오던 외국 문화에 대한 갈망과 동경은 결국 약 5년간의 해기사 생활을 하게 된 동기의 일부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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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다시 의학을 공부해서 모교에서 교수가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의 삶이 너무도 행복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지금처럼 풍족하고 여유로운 삶을 당연하다는 듯이 향유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시간에 맞취 FM 라디오에 귀 기울이고 아나운서의 시작 멘트에 열광하던 그 시절을 이해할 수 있을까? 결국 그것은 우리들의 아련한 망각의 강가에서만 흐릿한 흔적을 남기고 있으리라.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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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7일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이 대 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