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봉급쟁이들은 봉급쟁이대로 월급이 오르지 않아 죽겠다고 하고 장사꾼들은 장사꾼들대로 장사가 안된다고 난리다. 불경기라서 그러는 심정은 이해하겠는데 손님들로 들끓는 식당도 적자라고 울상이다. 남는 게 없다는 말이다. 처음에는 엄살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그럴 수도 있겠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장사를 했으면 이익을 내라'(다산북스)는 책을 보고 나서부터다.
토속음식점을 하는 어느 사장이 있었다. 음식도 깔끔하고 분위기도 좋아 가격이 좀 고가인데도 손님이 많은 곳이었다. 사람들은 장사가 잘되니 돈을 긁어모은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사장 생각은 달랐다. 빚은 빚대로 여전했고 겨우 이자만 갚을 뿐이라면서 희망이 보이지 않는 장사를 계속 하느니 차라리 가게를 접고 다른 것을 알아보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공인회계사인 저자가 통장을 분석해보니 식당에서는 실제로 연간 2억원 정도의 순이익이 발생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토속음식점 사장은 적자가 나서 힘들다는 말이었다. 장부 분석을 통해 찾은 그 원인은 바로 사장의 통 큰 씀씀이에 있었다. 개인적으로 씀씀이가 큰 것을 비난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돈이 없는 원인을 가게에서 찾는 것은 잘못이라며 일갈하고 있었다.
흔히 앞으로 벌고 뒤로 밑진다는 말을 한다. 아무리 많이 벌어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허당이라는 의미다. 직장에 메어있는 쟁 입장에서는 장사만 하면 저절로 돈이 모인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일 게다. 그나마 봉급쟁이들은 수입이 뻔하기에 관리하기도 비교적 수월한 편이지만 수입과 지출이 일정치 않은 자영업자들에게 체계적인 돈 관리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 분명하다.
앞에서 본 사례처럼 아무리 손님이 많아도 장부로 남기지 않으면 손해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 고등학교 동창 중에 늦은 나이에 약대에 들어가서 수도권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친구가 있다. 가끔 전화 통화하며 어떠냐고 물어보면 월세 내기도 빠듯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직원까지 두고 있었으니 장사가 안되는 건 아니라는 말인 듯하다.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엄살이 아니라면 장사를 잘 못 하고 있다는 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회계사답게 저자 손봉석은 숫자를 보라고 한다. 손님이 많은데도 통장 잔고가 텅 비어 있는 가게가 있는 반면 손님은 적어도 꾸준히 돈 버는 가게도 있는 것은 숫자의 차이라면서 겉모습만 보지 말라고 충고한다. 가령, 투자자금 회수에 대한 계산 없이 당장 오늘 번 얼마의 돈을 수익으로만 생각해서 흥청망청 써대면 앞에서 말한 토속음식점 사장처럼 늘 쪼들려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손님이 줄 서는 가게 사장들의 돈 버는 비밀’이라는 다소 싼티 나는 부제가 붙어 있기는 하지만 내용은 현실적인 조언들로 가득하다.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법한 고민들에 대한 해답도 얻을 수 있다. 수익을 내고 있음에도 적자 타령만 하고 있던 앞의 예에서도 사업을 위한 통장과 개인을 위한 통장을 철저하게 분리해서 관리하라고 조언한다. 그래야 문제의 원인을 쉽고 정확하게 찾아 올바른 해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장사를 했으면 이익을 내라’는 제목처럼 투자규모와 투자금 회수 시기, 감가상각 회수 계획 등 현재 자영업을 하고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자영업을 준비 중인 사람들도 알아두면 좋을 내용들도 가득하다. 일부러 손님을 줄 세우는 가게, 카페에서 과제하는 학생들을 내쫓는 법, 점심특선 가격의 비밀 등 활용할 수 있는 팁들도 있다. 아무리 팔아도 남는 게 없다고 생각된다면 이 책에서 해답을 찾아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