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잡음에도 불구하고 3연승을 달리던 한화가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뛰어넘을 수 없을 만큼 대단한 장애물을 만났기 때문이 아니다. 흥에 겨워 한눈팔고 질주하다 제풀에 넘어진 탓이다. 30일 대전 경기는 삼성이 잘 했다기보다는 한화가 못 했다고 해야 정확할 것이다.
이 경기에서 한화가 기록한 실책은 무려 4개에 달한다. 그나마 공식적인 것만 그 정도다. 3회 이지영의 타구를 유격수 하주석이 더듬었고, 5회에는 신성현이 배영섭의 타구를 흘렸다. 6회에는 중견수 이용규가 발디리스의 타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고, 7회에는 송광민이 배영섭의 타구를 떨궜다. 이러고도 일방적인 경기가 아니라 시소게임을 펼쳤다는 자체가 신기할 따름이다.
삼성은 주말 3연전이 시작되는 29일 경기에서 한화에게 5:10의 역전패를 당한 바 있었다. 초반 3점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8회말 빅이닝을 허용하면서 추월을 당했었다. 선발 장원삼을 비롯해서 심창민, 박근홍, 안지만, 김동호 등의 필승조를 총 투입했지만 불붙은 한화 타선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4년 연속 정규 리그 우승에 빛나는 삼성으로서는 망신도 그런 망신이 없었다.
그런 악몽 때문인지 30일 경기에서 삼성은 신중한 모습이 역력했다. 한화쯤이야 하며 방심하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때마침 3회 박해민의 선제 투런포가 터지면서 한시름 놓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어딘지 찜찜한 기운을 떨치기 힘들었다. 2회 박해민의 2점 홈런도 한화 유격수 하주석의 실책에서 비롯된 것이고, 6회 추가점은 중견수 이용규, 그리고 7회도 1루수 송광민의 실책 덕분이었다. 삼성이 스스로 얻어냈다기보다는 한화가 알아서 챙겨주었다고 해도 무방해 보일 정도다.
5:2로 쫓기던 7회에는 분위기를 내줄 뻔하기도 했다. 7회초 1사 만루의 기회를 이승엽의 병살타로 무산시킨 삼성은 7회말 2사 만루의 위기를 맞았다. 이때 정근우 타구가 좌익수로 향했고 3루 주자 송광민에 이어 2루 주자 차일목까지 홈으로 향해 내달렸다. 자칫 한화 쪽으로 기울뻔했던 분위기는 차일목이 홈에서 객사하면서 삼성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들었다.
이번 경기는 수비 불안이라는 한화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낸 경기라고 할 수 있지만, 삼성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예전처럼 상대를 위협하는 짜임새 있고 무시무시한 삼성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이빨 빠지고 발톱도 빠진 늙은 사자로만 보일 뿐이었다. 독수리와 힘을 겨루는 맹수가 아니라 참새와 씨름하는 애완동물로도 보인다.
올 시즌 삼성은 주로 중하위권에서 맴돌고 있는 형편이다. NC와 기아에게만 2승 1패로 상대 전적에서 앞설 뿐이다. 막내 KT와도 3승 3패로 동률을 이루고 있다. 아직 초반이기는 하나 앞날이 그리 밝아 보이지도 않는다. 매 경기를 그저 때우는 수준이다. 5월 1일 한화에서 유일하게 2번이나 선발승을 거둔 마에스트리를 상대해야 하는 삼성이 버거워 보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