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의 좌우놀이에 뿔난 이대호가 제대로 한풀이를 하고 나섰다. 데뷔 첫 연타석 홈런이 폭발한 것은 물론이고 승부를 뒤집는 결승 홈런의 주인공이 되면서다.
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코 콜리세움에서 열린 오클랜드와의 원정 경기에서 이대호는 8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해 두 개의 홈런을 폭발시켰다. 빅리그 데뷔 첫 멀티 홈런이자 첫 연타석 홈런이었고, 팀에 승부를 안기는 결승 홈런이었다.
3회 첫 타석에서 2루수 실책으로 출루했던 이대호는 5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6회 1사 후에 들어선 세 번째 타석에서 이대호는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30m짜리 아치를 그려낸 데 이어 7회 네 번째 타석에서도 오클랜드의 네 번째 투수 존 엑스포드의 95마일짜리 패스트 볼을 잡아당겨 좌측 담장으로 넘겨버렸다. 연타석으로 터진 홈런이었다.
시애틀 스캇 서비스 감독의 소신 혹은 고집에 따라 좌완 선발 시에만 출전 기회가 주어지고 있던 이대호서는 이번 홈런의 의미가 크다. 하나는 거포로서의 이미지를 굳힐 수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두 개의 홈런 모두 우완 투수에게서 나왔다는 점이다. 상대 투수가 누구인지와는 상관없이 언제든지 칠 준비가 되어있다 점을 보여주었다는 의미에서다.
이대호는 9회초 무사 1-2루에서 상대 배터리가 피해 가는 고의사구를 얻어낼 정도로 상대팀이 두려워하는 존재임이 증명되기도 했다. 이대호의 활약에 힘입어 시애틀은 오클랜드를 9:8로 물리치고 3연승을 달렸고 2할 5푼이었던 이대호의 타율은 2할 8푼 1리로 껑충 뛰어올랐다. 경기 후 서비스 감독은 “많은 경기를 뛰지 않았는데도 출전하면 팀에 공헌할 줄 아는 선수”라며 흡족해했다.
세인트루이스의 오승환도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필라델피아와의 홈경기에서 3:4로 뒤지고 있던 8회초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1번 타자 오두벨 에레라에게 안타를 허용하기는 했으나 나머지 세 명의 타자를 범타로 유도하면서 팀이 역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었다. 세인트루이스는 9회말 1사 만루에서 맷 할러데이의 짜릿한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5:4로 승리했다.
한편, 미네소타의 박병호는 휴스턴과의 원정경기에서 3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했지만 팀이 4:16으로 대패하면서 웃을 수 없었고, LA 에인절스의 최지만은 밀워키와의 원정경기에서 7회 대타로 출전했으나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타율은 6푼 7리로까지 떨어졌다. 뉴욕 양키즈와 홈경기를 치른 볼티모어의 김현수에게는 출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