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 이닝에서 승부를 결정짓지 못한 볼티모어와 뉴욕 양키스의 대결은 결국 연장전까지 이어졌다. 양 팀 선발 투수인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와 케빈 카우스먼(볼티모어)이 8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막아내 정규 이닝을 0:0으로 마감한 상태였다. 과연 어느 팀이 먼저 득점을 이끌어내 승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인가.
먼저 기회를 잡은 쪽은 뉴욕 양키스였다. 10회초 양키스는 선두 타자 브라이언 맥켄이 볼티모어의 세 번째 투수 잭 브리튼으로부터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어 나갔다. 무사 1루. 양키스는 맥켄 대신 브렛 가드너를 대주자로 투입해 후속 타자의 안타 때 홈으로 들어올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4번 타자 마크 텍세이라를 시작으로 5번 타자 카를로스 벨트란, 6번 타자 더스틴 애클리 등의 중심 타자들이 안타는커녕 모두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모처럼의 기회를 무산시키고 말았다. 애클리의 타석 때 1루 주자 가드너가 2루를 훔쳐보았지만 부질없는 일이었다.
양키스가 놓친 기회를 곧바로 10회말 볼티모어가 이어받았다. 선두 타자 김현수의 행운의 안타가 그 단초였다. 김현수는 양키스 세 번째 투수 조니 바바토의 바깥쪽 높은 151km짜리 패스트 볼에 방망이를 휘둘렀고, 빗맞은 타구였으나 원바운드로 크게 튀어 오르면서 2루수가 제대로 잡을 수 없는 행운의 내야 안타로 연결되었다. 클린 히트는 아니었어도 닷새 만에 주어진 기회를 살리고, 팀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는 간절함이 어우러진 전력질주가 낳은 결과였다.
김현수는 다음 타자 조너선 스코프의 중전 안타 때 또다시 3루까지 전력질주했다. 무사 1-3루. 이때 감독은 김현수보다 빠른 레이몰드를 대주자로 투입했다. 김현수의 손으로 만든 기회를 김현수의 발로 끝낼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 아쉬운 결정이었으나 팀의 승리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결국 알바레즈의 중견수 쪽 뜬공이 희생플라이로 연결되면서 지루했던 0의 행진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다. 최종 스코어는 1:0. 볼티모어의 승리였다.
한편, 전날 연타석 홈런으로 팀에 승리를 안겨줬던 시애틀의 이대호는 또다시 감독의 좌우 놀음으로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했고, 세인트루이스의 오승환도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시애틀은 9회초 로빈슨 카노의 싹쓸이 3루타에 힘입어 휴스턴을 6:3으로 눌렀고, 세인트루이스는 필라델피아에게 4:0으로 승리했다. 박병호의 미네소타와 최지만의 LA 에인절스는 경기가 없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