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던 박병호의 방망이가 다시 포효하기 시작했다.
1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클리블랜드와의 원정경기에서 5번 지명 타자로 선발 출전한 박병호는 2회초 첫 타석부터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휘둘러 시즌 8호째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비거리가 131m에 달하는 거대한 홈런이었다. 지난 7일과 8일 이틀 연속으로 투구에 맞은 후 11타수 무안타의 침묵을 깨는 첫 안타이기도 했다.
박병호의 방망이는 3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도 매섭게 돌았다. 1사에 주자를 1루에 두고 있던 상황에서 박병호는 시즌 9호째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8개의 솔로 홈런 후에 처음으로 터진 투런포이자 빅리그에 진출한 후 첫 연타석 홈런이었다. 여세를 몰아 절정의 타격감으로 3연타석 홈런까지 기대해보았으나 6회초 세 번째 타석에서의 타구가 워닝트랙 바로 앞에서 좌익수에게 잡히고 말았다.
29경기에서 9개의 홈런을 친 박병호는 미네소타 구단 역사상 또 하나의 기록을 남기게 됐다. 미네소타 소속으로 첫 30경기에서 9개의 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박병호가 유일한 것. 기존 최다 기록은 1995년 마티 코르도바의 8개였다. 2004년 조 마우어, 1982년 톰 브루넌스키, 1972년 바비 다윈은 30경기에서 6개의 홈런을 기록했었다.
두 번째 홈런을 치고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던 박병호는 끝내 웃으며 경기장을 나설 수는 없었다. 5:4 한 점 차로 앞서던 8회초 무사 1-2루에서 체크 스윙으로 적시타가 아닌 진루타에 그친데다 6:7로 역전당한 9회초 2사 1-3루에서는 의욕만 앞선 스윙으로 삼진을 당했기 때문이다. 결국, 미네소타는 연패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고 연패 수는 8로 늘어났다.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박병호는 “커브볼이 파울이 났을 때 생각을 바꿨어야 했는데 그 순간에 스스로를 조절하지 못 했다. 그게 실패의 요인이었다”면서 “커브가 좋은 타이밍에 맞았기 때문에 상대도 쉽게 던지지 않을 것이고 빠른 볼을 좀 더 생각했어야 했는데 자신 있게 스윙하지 못 했다 말로 아쉬움을 전했다.
한편, 세인트루이스는 LA 다저스에게 초반부터 리드를 빼앗겨 오승환의 출전은 불발됐고, 볼티모어의 김현수도 선발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채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세인트루이스는 LA 다저스에게 4:8로 패했고, 볼티모어는 디트로이트에게 1:0으로 승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