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에 홀려서 주문까지 하고는 나중에 후회하는 제품이 있다. 가격이 제법 나갈 때는 그래도 몇 번을 더 생각하게 되지만 터무니없이 쌀 때는 일단 지르고 볼 때가 많기 때문이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진리는 항상 일이 벌어진 다음에야 깨닫게 된다.
스마트폰용 거치대(또는 스탠드)를 알아보다가 한순간에 혹한 제품이 있었다. 성향 자체가 마이너다 보니 아기자기한 제품을 보면 참지를 못하는데다가 가격도 1,870원에 불과했다. 몇 개 사다 집에서도 쓰고 사무실에서도 써도 큰 부담이 없겠다 싶었다. 그렇게 구매한 제품이 바로 린치 또는 스패너 모양 거치대다. 사진으로 볼 때 무척 귀엽게 보였었다.
스패너(또는 린치)처럼 생긴 이 제품은 포장 전면에 “Not a Toy’라고 쓰여있을 만큼 소형 장난감처럼 생겼다. 아니 장난감이라고 해도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듯하다. 스패너를 조절하듯이 조절해서 스마트폰의 두께에 맞춰서 쓰면 된다. 일정한 공간을 차지하는 고정형이 아니고 초소형이므로 휴대하기에도 좋을 듯싶었다. 간편하게 가지고 다니면서 언제든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막상 받아보니 가격은 속일 수가 없었다. 지극히 조잡했고 싸구려 티가 팍팍 풍겼다. 다이소에서는 더 싸게 살 수 있을 것만 같다. 또한, 무작위로 보내다 보니 색상을 고를 수도 없었다는 점도 불만이다. 아무리 장난감이 아니라고 해도 장난감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스패너 머리 부분의 끝이 곡선인 탓에 스마트폰을 꽉 물어주지 못하고 자꾸 미끄러졌다. 익숙해지기까지는 정들기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도 일단 스마트폰을 거치시키고 나면 나름대로 뽀대는 난다. 고정형이 아니므로 스마트폰의 어느 부분에 거치하느냐에 따라 각도도 조절할 수 있다. 직각에 가깝게 하려면 하단으로 거치하면 되고 윗부분으로 거치할수록 눕는 자세가 된다. 휴대하기에도 좋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만 꺼내서 쓰면 된다. 그래도 왠지 다른 거치대를 추가로 사야 할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은 떨치기 힘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