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대 LF쏘나타는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NF와 YF쏘나타의 마치 양악이라도 한 것처럼 어색한 성형미인 스타일의 디자인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형이라고 해봤자 얼마나 달라졌겠나 싶은 불신도 없지 않았다. 가격을 올리기 위한 꼼수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 가격대의 동급 차종을 알아보면서 쏘나타만 쏙 뺐던 이유였다.
하지만 운명이란 이런 것인가. 돌고 돌아 결국에는 LF소나타까지 오게 되었다. 이래저래 알아보았지만 그래도 쏘나타만 한 차도 없더라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쉐보레 말리부를 타보았으나 성능에 비해 실내 공간이 지나치게 비좁았고, 스포티지R은 전방 시야가 답답했으며, 계약하려고 마음까지 먹었던 K5는 승차감이 아쉬웠다. K5 계약에 앞서 마지막으로 구경이나 해보자고 들른 게 현대자동차 영업소였다.
기존 쏘나타의 디자인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신형 쏘나타의 디자인은 관심거리가 아니었다. 어차피 차를 모는 동안 실내에만 있을 뿐이지 밖에서 차를 볼 일도 없을 것이기에 오로지 실내를 중점적으로 보기로 했다. 그런데 뭔가 수상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오밀조밀하게 모여있든 다른 차들과는 달리 센터페시아가 지나치게 심플했다. 심심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점은 실내 공간이다. 쉐보레 말리부의 경우 전장 4,865mm로 LF쏘나타(4,855mm)보다 10mm, K5(4,845mm)보다는 20mm가 더 길지만, 실내 길이(축간거리)는 2,737mm로 오히려 K5(2,795mm)보다 58mm나 작고, LF쏘나타(2,805mm)보다는 68mm나 작다. 수치로는 그다지 가늠할 수 없는 길이지만 막상 타보면 다르다. 쉐보레는 뒷좌석이 답답한 느낌인 데 비해서 LF쏘나타는 그야말로 널럴하다. 중형차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심플한 센터페시아는 여전히 불만스럽다. 좌우로 넓적한 데다 조작버튼이 작아서 뭔가 만들다 만듯한 기분이다. 그로 인해 조수석이 좁아 보인다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이게 제네시스 스타일이라니 반박할 수가 없게 만든다. 실제로 나란히 놓여있던 제네시스와 비교해 보니 그런대로 비슷하게 만들어 놓기는 했더만 개인적으로는 그랜저의 오밀조밀한 센터페시아에 더 마음이 끌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취향의 차이겠다.
어쨌든 결정은 타보고 나서 하기로 했다. K5도 시승을 하고 나서야 이런저런 단점이 보이지 않던가. 현대자동차 홈페이지에서 시승예약을 하고는 원효로로 달려갔다. 시승을 위해 준비되어 있던 차는 구매를 고려하고 있던 2.0 CVVL 스마트형이 아니라 최고급인 2.4 GDi 익스클루시브형이었다. 이것저것 합치면 3400만원짜리가 되는 그렌저급이라고 할 수 있는 모델이었다.
시승 구간은 원효로에서 강변북로로 들어서 상암동 월드컵 공원을 돌아 다시 강변북로로 돌아오는 코스였다. 서울 시내에서 적당히 속도 내어 달려볼 수도 있고 월드컵 공원의 정취도 느껴볼 수 있어 시승 구간으로는 상당히 괜찮아 보였다. 말리부를 타고 북악 스카이웨이를 달렸고, 폭스바겐 티구안으로는 남산 순환도로를 달렸으며, K5로는 워커힐 구간을 달렸으니 이 정도면 해볼 건 다 해보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시승을 마친 소감은 ‘괜찮다’였다. 동승했던 아내의 소감도 같았다. K5보다 편안했고 안정적이었다. K5는 출렁이는 느낌이 불만스러웠는데 LF쏘나타는 그렇지도 않았다. 시승을 마치고 나서는 어떤 차를 선택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색으로 뽑을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시승차가 레밍턴 레드여서 빨간색도 예뻐 보이기는 했으나 왠지 중형보다는 준중형스러워 보였다. 타크 호스 색을 보고 싶었지만,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색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민하게 만드는 것은 가격이다. K5가 4월에 한해 70만원 할인에 할부이자 1.9%(24개월)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현대자동차는 아무런 할인도 없었고 10만원짜리 재구매 할인마저 폐지된 상태였다. 위의 조건으로 계산해 보면 내비를 포함할 경우 K5 트렌디형과 LF쏘나타 스마트형의 가격 차이는 1,350,000원에 달한다. 사양도 K5가 낫다. 결코 적은 차이라고 할 수 없으니 고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