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복불복이다. 원하는 대로 되는 일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일도 있기 때문이다. 내 힘으로 해낼 수 있는 일도 있는가 하면 내 힘으로는 어쩌지 못하는 일도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잘 나간다고 자만하지 말고, 못 나간다고 좌절하지 말라고 했던가.
지난 4월 24일 김광현이 왼손 좌완 선발 통산 100승의 감격을 먼저 누린 이후 장원준은 매번 김광현에게 선수를 빼앗겨왔다. 특히 102승을 앞두고 두산과 SK의 맞대결(5월 12일)이 펼쳐졌을 때도 김광현이 7이닝 2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되었던 반면, 장원준은 6이닝 4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되었다. 그렇게 당분간은 김광현이 한 발 앞서갈 것처럼 보였다.
장원준이 김광현을 따라잡은 것은 지난 18일 경기를 통해서였다. 김광현이 인천에서 롯데를 상대하며 6.2이닝 동안 119개의 공으로 피안타 6개와 사사구 3개로 3실점(2자책점)한데 비해서 장원준은 잠실에서 기아를 상대로 5.2이닝 동안 88개의 공을 던지며 피안타 6개와 사사구 5개로 3실점했다. 김광현은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고 타선의 지원을 받은 장원준이 승리를 따내 똑같이 통산 102승을 기록하게 됐다.
일정대로라면 김광현과 장원준은 24일 마산 NC와 잠실 KT 전에 등판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두산이 보우덴을 먼저 올리면서 김광현이 장원준보다 먼저 103승을 가져갈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마산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되면서 25일 경기에 나란히 마운드에 올랐고 두 선수의 희비가 엇갈리고 말았다. SK의 방망이는 침묵을 지킨 반면 두산의 방망이는 폭발한 경과였다.
SK는 NC 선발 이재학의 호투에 밀려 7회 투 아웃까지 노히트의 수모를 감수해야 했다. 첫 안타는 7회 투아웃 이후에 나온 정의윤의 2루타였고 그나마도 이 경기에서의 유일한 안타였다. 이 경기에서 SK 타자들이 빼앗긴 삼진은 무려 14개에 달한다. 김광현은 6이닝 3실점(1자책점) 하며 9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로 버텼지만 타선이 터지지 않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와 달리 두산은 KT를 상대로 장단 13안타를 터트렸다. 선발 전원 안타는 덤이었다. 2회에 타순이 한 바퀴 돌면서 6점을 얻은 후 3회에도 4점을 추가해 일찌감치 큰 점수 차로 앞서갔다. 오현택, 진야곱, 이현호가 8점을 내주면서 후반부에 3점 차로 쫓기기도 했으나 역전을 허용하지는 않았고 6이닝 2실점의 장원준이 승리를 챙겼다. 통산 100승 이후 103승에서 처음으로 장원준이 김광현보다 앞서기 시작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