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일 가운데 하나가 고양이는 자신이 주인인 줄 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온 말이 집사다. 즉, 개는 밥 주는 사람을 주인으로 인식하는 반면 고양이는 밥 주는 사람을 집사로 인식한다고 한다. 이 얼마나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이란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키우는 것일까. 그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펼쳐 든 책이 바로 ‘고양이 심리 수업’이다.
이 책에는 ‘당신이 몰랐던 고양이에 대한 50가지 진실’이라는 부제가 담겨있다. 그토록 네가지 없는 동물을 키우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아니라 도대체 고양이에게는 어떤 매력이 있기에 그런 수모(?)를 당하면서까지 사람으로 하여금 기꺼이 집사가 되도록 만드는지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키워본 사람들이야 이런저런 매력을 잘 알고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고양이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가 필요하기는 하겠다.
50가지 진실 중에서 첫 번째는 고양이의 뇌 구조도다. 잘 지내기 위해서는 서로를 이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일게다. 고양이가 좋아하는 일들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들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어서 한눈에 보기 쉽도록 만들어 놓았다. 그에 의하면 잠자기 좋아하고 종이박스를 좋아하고 진공청소기는 싫어하며 통조림 따개는 기가 막히게 알아듣는다고 한다.
그다음은 고양이의 행동을 통해 알아보는 신체 구조도다. 귓등을 긁어 주면 좋아하고 턱을 가볍게 긁어 주거나 몸통을 가볍게 쓰다듬어 주면 좋아한다고 한다. 하지만 수염을 만지면 곤란하고 꼬리를 잡아당기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고 하니 조심할 필요가 있겠다. 꼬리 끝만 천천히 흔들면 생각하는 중이고 좌우로 크게 흔들면 매우 불안하다는 의미이며 치켜들면 즐겁다는 표시, 뒷다리 사이로 집어넣으면 두려움의 표시라고 한다.
그렇게 차근차근 읽어나가다 보면 고양이에 대한 이해가 조금씩 늘어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하지만 열한 번째에 이르러서는 다시 의문에 빠지고 만다. ‘고양이는 똑똑하고 영리해서 개가 하는 일은 전부할 수 있어요. 그런데 왜 하지 않느냐고요?’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서는 못 하는 게 아니라 단지 하고 싶지 않을 뿐이라며 고양이의 기억력에 대해서 말해준다. 하지만 의문은 여전하다. 알면서도 안 하는 게 더 얄밉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서른여섯 번째에 이르러서는 더욱 황당한 내용이 나오는데 ‘자녀 양육비는 6억, 고양이 양육비는?’이라는 부분이다. 고양이에게 지출되는 비용 중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항목은 식비로 전체의 약 50%에 달한다고 한다. 여기에 열 살이 넘어가면 약값이나 병원비 지출이 늘어나게 되고 고양이 모래, 스크래처 등 일상적인 항목과 빗이나 장난감, 고양이 모래상자 등 일회성 지출까지 합하면 고양이 평균 수명이 15년이므로 약 2천만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물론 이 부분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생명을 돈으로 환산하는 데 대한 거부감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본적인 정보도 없이 무작정 키워보겠다고 나서는 것도 그리 바람직하지는 않아 보이므로 꼭 알아야 할 정보가 아닐까 싶다. 그 외에도 이 책에는 고양이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50가지 항목이 들어있으므로 기꺼이 고양이의 집사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 보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