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을 마음 먹고 괌과 사이판 중에서 저울질 하다가 사이판으로 선택하게된 결정적인 사유 가운데 하나가 리무진 투어라는 점 때문이었다. 해외 여행를 할 때에는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코치 투어가 일반적이지만 괌과 달리 사이판에는 봉고와 같은 소형 승합차가 아니라 리무진이 제공된다는 점에 마음이 동했던 것이다. 한국에서도 타보지 못했던 리무진을 타고 사이판을 돌아본다면 보다 더 특별한 여행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발했던 이유도 있었다. 평소 영화에서만 보던 넓고 화려한 실내공간을 자랑하는 세단형 리무진을 꿈꾸며 말이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역시 실망도 큰 법이다. 사이판에 준비되어 있던 리무진은 세단형이 아니라 버스형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겉보기에는 리무진이라고 상상하기도 어려운 정도였다. 물론 봉고형 코치에 비하면 넓고 넉넉한 실내공간이 제공되니 비교적 여유있는 투어를 즐길 수 있었지만 왠지 속았다라는 생각이 앞선게 사실이었다. 하긴 공항을 고가는 셔틀버스도 리무진이니 어쩌면 무식이 죄인지도 모른다.
리무진의 내부에는 창가로 가죽쇼파가 놓여져 있었고 뒷벽에 설치되어 있는 대형 TV에서는 사이판 여행 안내 화면이 흐르고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실내공간을 럭셔리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중간 부분에 있던 소형 냉장고와 크리스탈 컵이었다.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박신양의 리무진에 타게된 김정은이 신기해 하던 모습에서 보듯이 리무진에서는 필수라 할 수 있는 시설이 아니던가. 소형 냉장고에서 시원한 생수를 꺼내 마실 수 있었지만 이곳에 와인이나 샴페인이 들어 있고 와인잔이 그 위에 놓여져 있었다면 또 다른 분위기가 연출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다고 사이판 여행 기간 내내 리무진만 타고 다니는 것은 아니다. 첫날 사이판 시내 관광에서 한번 타고 다음날 별빛 투어에서 한번 더 탈 뿐이다. 첫날 오전 들르게 되는 한국인 위령탑, 만세절벽, 새섬, 일본군 최후의 사령부와 다음날 남태평양 밤하늘에 쏟아지던 별빛 투어를 제외한 차모르 원주민체험, 마나가하섬, 바텀피싱 그리고 공항에 오갈 때는 모두 코치형 버스를 타고 이동하게 된다.
리무진 버스의 향락적이고 퇴폐적(?)인 실내 장식은 아무래도 낮보다는 밤이 더 어울려 보인다. 별빛투어를 위해 만세절벽을 다시 찾아갈 때에는 알록달록한 조명 대신 천장에 촘촘히 박혀있는 전구들만 켜졌었는데 마치 밤하늘의 별빛처럼 보일 정도로 괜찮은 분위기를 연출해 주었다. 이는 실내 조명이 밝을 경우 차창 밖의 풍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리무진을 타고 떠나는 야간 여행의 묘미를 살려주기 위해서로 보인다. 이러한 환상적인 분위기는 낮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기억될게 분명하니까.
리무진 버스를 타고 다니는 사이판 투어는 럭셔리라는 의미 보다는 여유롭고 넓은 공간에서 여행자끼리 서로 부대끼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일게다. 반면 아쉬운 점은 좌석이 창가쪽에 일렬로 늘어서 자세를 비틀어야 하는 탓에 있어서 앉기에도 애매하고 주변 경치를 바라보기도 여의치 않다는 점이었다. 그래도 리무진 투어는 해외 여행에서 한번 쯤은 누려볼만한 사치가 아닐까 생각된다. 크게 부담가는 선이 아니라면 말이다. 특히 요즘에는 패키지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일정과 가격에 맞춰 선택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