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적인 남태평양 별빛투어

별빛투어

남태평양의 작은 섬 사이판은 그 유명세에 비하면 그리 화려한 곳은 아니다. 전액 수입에 의존하는 석유로만 전기를 만들어내는 탓에 밤이면 섬 전체가 칠흙같이 변하기 때문이다. 새벽 1시 사이판 공항에 내려서 호텔로 오는 길에도 가로등 하나 구경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전력 상태가 심각한 곳이다. 그러므로 호텔이나 면세점 주변이 아니고서는 야경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진가를 발휘하는 시간도 있다. 바로 남태평양의 밤하늘을 감상할 수 있는 별빛투어가 그것이다. 사실 떠나기 전까지는 사이판 밤하늘이라고 해봤자 뭐 볼게 있을까 싶은 마음을 가졌던게 솔직한 마음이었다. 우리나라 산속에서도 맨눈으로는 쉽게 볼 수 없게된 별들을 그곳이라고 얼마나 보게될까 싶은 의심이 들었던 탓이었다. 게다가 여행사에서는 나름대로 특화 서비스로 홍보하고 있었지만 일종의 끼워넣기로 보였기에 그다지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사이판의 북부에 위치한 만세절벽에서 차량 전조등까지 포함해서 세상의 모든 불빛을 끄고 나니 그야말로 쏟아질듯한 별들이 저마다의 고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익히 알고 있는 국자 모양의 북두칠성이며 더블류 문자 모양의 카시오페이아를 비롯해서 큰곰자리와 천칭자리 등 신화에서 들어왔던 별자리까지 그림처럼 펼쳐진 것이다. 별다른 기대없이 참석했던 참여자들 모두가 “와~”하는 탄성을 내질렀음은 물론이다.

이런 모습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서있는 것보다 앉아서 보는 것이 좋고 앉아서 보는 것보다 누워서 보는게 더 좋은데 가이드가 가족마다 하나씩 매트를 지급해 주니 편안하게 누워서 쏟아지는 별들의 향연을 온몸에 안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남태평양이라고 이런 기회가 항상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날이 궂고 비가 올 경우에는 당연히 볼 수 없거니와 그렇지 않더래도 구름이 많으면 역시 제대로 감상하기 어려운 이유에서다. 우리가 갔을때는 여러가지로 조건이 좋아서 좋은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이것도 운이라고 하니 운이 좋기 좋았던거 같다.

요즘 아이들은 별 볼일이 없다. 서울 하늘에서는 물론이고 공기 좋다는 지방으로 내려가도 예전처럼 밤하늘의 별들을 볼 수는 없는 탓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사이판 별빛투어는 평생 잊지못할 환상적인 여행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책으로만 보던 별자리를 실제로 밤하늘에서 볼 수 있었던 경험은 그만큼 값지고 충격적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30여년전 경기도 부근에서 보았던 밤하늘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사이판 별빛투어는 오전 시내여행할때 타고 다녔던 리무진을 타고 가게된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밤의 분위기에 맞게 조명을 낮추고 천장의 작은 전구들이 마치 밤하늘의 별빛처럼 보인다는 점인데 왠지 퇴폐적인 느낌이 나는건 내가 순수하지 못해서인지도 모르겠다. 확인되지 않은 소식통에 의하면 사이판 별빛투어는 모두투어 독점 상품이라고 한다. 즉 모두투어가 아니면 스케쥴에 없을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되겠다.

우리가족은 기본적으로 별빛투어가 포함되어 있는 여정이었지만 만일 그렇지 않다면 1인당 1만원에 추가로 신청할 수 있다고 한다.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면 가급적 다녀오라고 권하고 싶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에 다른 풍경들은 아무리 좋아도 별다른 감흥이 없이 심드렁해 하는 반면 별자리 만은 관심을 갖고 살펴보는 경향이 짙다. 그리고 아이 뿐만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마찮가지로 그러한 추억은 감동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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