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동점 주자까지 나갔다. 그럼에도 아직 아웃 카운트는 하나도 잡지 못한 상태였다. 세인트루이스 선발 투수 하이메 가르시아가 8이닝을 1실점으로 틀어막은 채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신시내티 선두 타자 조이 보토에게 2루타를 맞은 후 아담 듀발에게도 좌전 안타를 맞은 탓이다. 오승환이 과연 위기에서 세인트루이스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신시내티 5번 타자 에우제니오 수아레즈는 오승환과의 승부를 길게 끌고 갈 생각이 없었다. ‘바뀐 투수의 초구를 노려라’라는 야구계의 오랜 속설처럼 오승환의 초구에 승부를 걸고자 했다. 그러나 타구가 3루수 정면으로 향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3루 주자 보토가 홈으로 들어오기에는 무리가 없었지만 1루 주자 듀발까지 살리지는 못 했다.
1점을 내주기는 했지만 오승환으로서는 공 하나로 아웃 카운트 두 개를 잡아낼 수 있었다. 한 점을 앞서고 있었고 주자도 없어졌으니 홀가분하게 다음 타자 토니 랜다와 승부하면 된다. 오승환이 세 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유도하면서 공 다섯 개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10세이브이자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에서 모두 두 자릿수 세이브를 기록한 최초의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새로운 신화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콜로라도와 홈경기를 치른 텍사스 추신수는 4회말 세 번째 타석에서 좌전 안타로 출루한 후 도루까지 성공시켰다. 시즌 6호 도루였다. 6회에는 삼진으로 물러났던 추신수는 8회 1사 1루에서 몸에 맞는 공으로 나간 후 아드리안 벨트레의 안타 때 홈을 밟았다. 3:4로 뒤지고 있던 텍사스는 미치 모어랜드와 추신수의 득점으로 승부를 5:4로 뒤집고 승리했다.
샌디에이고와 홈경기를 가진 피츠버그 강정호는 6번 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했으나 볼넷 하나를 얻어내는데 그쳤다. 이 경기에서 피츠버그 타자들이 샌디에이고 선발 투수 에드윈 젝슨으로부터 얻어낸 안타는 앤드류 맥커친과 조디 머서의 2개뿐이었다. 2안타 빈타에 허덕인 피츠버그는 샌디에이고에게 0:4로 완패했다.
전날 한국인 메이저리그로서는 유일하게 안타를 기록했던 LA 에인절스 최지만은 시카고 컵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6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으나 안타를 맛보지는 못 했다. 에인절스는 컵스에게 1:3으로 패했다.
또한 전날 무안타로 침묵했던 볼티모어 김현수와 시애틀 이대호는 선발 명단에서 빠진 채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볼티모어는 오클랜드에게 0:1로 패했고, 시애틀은 디트로이트에게 3:1로 승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