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다 장보리’가 2014년 하반기를 대표하는 드라마라면 상반기를 대표하는 드라마는 ‘정도전’일 것이다. 그 ‘정도전’에서 후반부를 이끌어 가는 두 인물 ‘하륜(河崙, 1347 ~ 1416)’과 ‘조준(趙浚, 1346 ~ 1405)’의 성을 따 만든 정자의 이름이 ‘하조대(河趙台)’라고 한다. 강원도 양양군 현북면 하광정리 에 있는 정자다. 그 두 사람이 은거했던 곳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보다는 하씨 집안 총각과 조씨 집안 처녀 사이의 사랑에 얽힌 정자라는 말이 왠지 더 정감있게 들린다. 연유야 어떻든 그저 가볍게 들러볼 생각으로 하조대로 향했었다. 속초를 떠나 서울로 향하기 전에 아쉬운 마음을 달래려고 찾아 나선 길이었다. 하지만 막상 들러보니 시원스러운 경관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수가 없는 곳이었다. 오길 잘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기도 한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나면 오른쪽과 왼쪽 길로 나뉘는데 오른쪽 언덕이 하조대로 가는 길이다. 혹여 산길이 아닐까 망설이게 되기도 하지만 그리 높거나 험난하지 않으므로 가볍게 다녀올 수 있다. 하조대 앞바다 방향으로 소나무가 우거져 있으므로 바다와 소나무를 함께 감상할 수 있는데 마치 한 폭의 동양화 같은 감흥을 느낄 수 있게 된다. 하조대가 특별한 이유라 하겠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모르되 그렇지 않다면 하조대에서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해가 지고 나면 등대로 향하는 길이 통제되기 때문이다. 하조대도 좋지만, 등대를 놓칠 수는 없는 일이다. 주차장에서 왼쪽 길이 무인 등대로 이어지는 길이다. 등대로 향하는 길은 잘 닦여 있으므로 비교적 쉽게 다녀올 수 있다. 하조대와는 전혀 다른 운치라고 하겠다.
어쩌다 보니 하조대는 정자보다 해수욕장으로 더 유명한 이름이 되었다. 실제로 표지판만 보고 따라가다 보면 열에 아홉은 하조대 정자보다는 해수욕장으로 들어서게 될 가능성이 크다. 양양군 설명에 의하면 하조대 해수욕장에 대해 ‘유난히 바다 빛깔이 파란 하조대 해변은 인근에 어성전, 법수치 계곡 등이 있어 바다와 산간계곡을 연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바다에서 조업하는 고기잡이배를 보며 싱싱한 활어회도 맛볼 수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