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다. 마땅한 휴가처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가 임실 치즈마을에나 가볼까 싶은 요량으로 휴양림을 알아보다 우연히 해남의 가학산 자연휴양림을 알게 되었고 무작정 땅끝으로 향했으니 다소 무모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때마침 취소된 예약이 있다는 점이었다. 2박3일 동안의 여행 중에서 첫날 숙박은 어쨌든 해결된 셈이었다. 땅끝으로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1. 해남 가학산 자연휴양림
행정구역상으로는 해남군에 속하지만, 사실은 영암군에서 더 가까운 가학산은 땅끝마을과는 무려 70여km나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다. 그럼에도 이곳에 여장을 풀기로 마음먹은 것은 맑은 공기 속에서 하룻밤을 묵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게다가 계곡물을 받아 만들어 놓은 수영장까지 완비되어 있었다. 더위도 피하고 물놀이도 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미처 계산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으니 오랜 가뭄으로 계곡의 물이 말라있었다는 점이었다. 한여름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통나무집의 예약이 취소되고 휴양림이 한적한 것도 그래서였던 것이다. 하룻밤을 묵으며 다음날까지 계곡에서 물놀이하려던 계획까지 덩달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휴양림을 차분히 돌아보며 산책할 수 있었던 것은 나름대로의 수확이기도 했다. 통나무집 12평 기준 70,000원
2. 완도 일몰공원과 미소공원
아침부터 흐리더니 완도로 들어서자 제법 굵은 빗줄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니 첫 일정으로 계획했던 해신 촬영장 청해포구 입구에서 진입을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1인당 5천원씩하는 입장료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 중의 하나였다. 차를 돌려 완도타워부터 들르기로 했다. 그렇게 얼마를 가다 보니 오른편으로 일몰공원이라는 팻말이 보였다. 핸들을 꺾은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일몰공원이라고 하니 그런가 보다 할 뿐 그저 길가의 작은 공원에 불과할 뿐이었다. 게다가 돌아오는 길에 들어보니 해가 바다로 지는 게 아니라 산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바다로 드리워지는 노을을 감상할 수도 없었다. 이름에 비해 다소 실망스러운 곳이었다. 그곳에서 조금 더 가면 미소공원이라는 곳이 있는데 일몰공원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으므로 전망이 더 좋아 보였다.
3. 완도 경해루
완도까지 와서 중국요리집을 찾은 건 해물짬뽕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지난달 제주여행에서 마라도에 들어가 먹으려던 해물짬뽕을 끝내 먹어보지 못한 아쉬움이 진하게 남아있던 이유도 있었을지 모른다. 어쨌든 네비가 알려준 대로 찾아간 곳이 경해루라는 곳이었는데 점심시간이 훨씬 지났음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고 직원들도 주문받느라 고생하고 있었다.
주문은 받되 언제 나올지 모른다는 말에 다른 건 엄두도 못 내고 쟁반짜장과 사천짬뽕으로 주문했다. 그리고는 찬찬히 돌아보니 방송 3사와 각종 일간지에서 격찬한 최고급 중화요리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어느 방송에서는 줄 서서 먹는 명물로 소개하기도 했단다. 그래서 찾는 사람도 많고 대기시간도 오래 걸리는가 보다. 그렇게 20여분을 기다려 먹어본 맛은 줄 서서 먹을 정도는 아닌 듯. 쟁반짜장 6,000원.
4. 완도 장보고 기념관
비도 오고 해서 야외 활동이 여의치 않기에 찾아간 곳이 장보고 기념관이었다. 1200년 전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하고 동북아 해상무역을 주도했던 장보고 대사의 위대한 업적을 재조명하고 해양개척 정신을 고취시키기 위하여 2008년 2월 29일에 개관한 곳이란다. 사실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들렀던 곳이었는데 의외로 자료들이 상당했고 나름대로 잘 가꾸어져 있었다. 가까운 곳에 청해진이 있으므로 산책 삼아 돌아보면 좋을듯하다. 입장료 1,000원.
5. 완도 장보고 동상
완도에 들어서면 눈에 띄는 건축물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완도를 내려다볼 수 있는 완도타워이고 다른 하나는 장보고 동상이다. 그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에 멀리서도 눈에 들어올 정도다. 장보고 동상은 장보고 기념관으로 향하는 길목 언덕에 위치해 있는데 장보고 기념관에서 적지 않은 감명을 받았다면 장보고 동상에도 들러봄 직하다. 다만 멀리서 볼 때와는 달리 별다른 시설이 없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입장료 무료.
6. 완도 타워
완도의 랜드마크인 완도타워는 뾰족한 형태의 서울타워와는 달리 둥근 원형 모습을 하고 있다. 첨탑까지 76m이며 완도를 비롯해서 다도해의 모습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으로 연초에는 일출행사가 열리고 연말에는 일몰행사도 열린다고 한다. 또한, 매일 저녁에는 환상적인 레이저 쇼가 벌어진다고 하므로 언제 찾아가도 좋을듯하다. 하지만 다소 어정쩡한 시각에 입장했더니 아쉬움만 남기고 돌아서야 했다. 입장료 2,000원
7. 해남 땅끝황토나라테마촌
숙소를 구하지 못하면 자칫 노숙을 하게 될지도 모를 처지였으나 이번에도 운 좋게 잠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그것도 비싸기만 하고 허름한 것이 아니라 싸면서도 시설도 좋은 곳이었다. 바로 땅끝황토나라테마촌이라는 곳이었는데 기본 2인 기준 5만원에 취사시설만 없을 뿐 제주도에서 묵었던 오리엔탈 호텔보다 더 깨끗하고 좋은 곳이었다. 한국 축구의 올림픽 동메달 모습을 지켜본 것도 이곳이었다. 2인 기준 주말 5만원.
8. 해남 전망횟집
숙소 근처에서 늦은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먹을만한 곳을 찾아보았지만 마땅한 곳이 없었다. 가까이에 땅끝송호해수욕장이 있었지만 그리 땡기지 않았기에 땅끝마을로 향했다. 이리저리 돌아보다 선택한 곳이 해물뚝배기를 먹을 수 있는 전망횟집이었다. 삼계탕에 함께 들어있는 전복을 먹는 것도 색다른 맛이었고 야외에 앉으니 바람도 솔솔 부는 게 마치 시골 외가에 놀러 온 기분이었다. 전복삼계탕 15,000원, 해물뚝배기 10,000원.
9. 해남 땅끝 모노레일
드디어 대한민국의 최남단 땅끝마을로 향했다. 전날 식사를 위해 들렀었지만 정식으로, 들른 것은 이날이었다. 땅끝으로 가려면 모노레일을 타야 한다. 주행 길이는 약 395m이고 주행시간은 약 13분이 걸린다고 한다. 모로레일카는 2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보기에는 좋아 보이지만 시야각이 그리 좋지 못하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나중에 보니 걸어서도 다녀갈 수 있도록 산책로도 마련되어 있다. 모노레일 요금 편도 3,000원, 왕복 4,000원.
10. 해남 땅끝탑
모노레일은 땅끝전망대와 이어져 있지만, 전망대에 오르기 전에 먼저 다녀와야 할 곳이 있다. 바다 쪽에 있는 땅끝탑이 바로 그곳이다. 땅끝마을의 땅끝전망대 정도로 만족할 수도 있지만, 기왕에 여기까지 왔으니 땅끝탑까지는 다녀와야겠다는 의지가 있어야만 가능한 곳이다. 그렇지 않으면 올라오는 길이 무척 험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노약자는 피하시길.
11. 해남 땅끝전망대
한여름의 햇살을 뚫고 땅끝탑까지 다녀왔다면 이제는 전망대에 오를 차례. 모노레일 비용을 내고 올라왔더래도 전망대 비용은 따로 지불해야 한다. 이미 완도타워를 다녀왔기에 땅끝전망대가 작고 초라해 보이기도 하지만 땅끝의 전경을 누릴 수 있는 또 다른 감동을 제공하기도 한다. 3층 휴게실에서 잠시 쉬면서 다음 여정을 준비하면 좋다. 입장료 1,000원.
12. 해남 땅끝 자연사박물관
땅끝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연사박물관이 있는데 예상외로 다양한 자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고래상어처럼 거대한 어류들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모조품이 아니라 실제 박제라고 한다. 또한, 알록달록한 조개껍질들을 보고 있자니 이렇게도 많고 다양한 조개들을 어디에서 모아다 놓았는지 감탄사가 절로 나오기까지 했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었지만 의외로 볼만했던 곳이었다. 입장료 3,000원.
13. 완도 정도리 구계동
구계동에 가면 파도에 씻겨서 동글동글해진 다양한 크기의 돌들을 만날 수 있다. 어느 돌 하나를 주워봐도 모난 부분 없이 매끈하다. 달걀만한 것부터 수박만한 것까지 그 모양과 크기도 다양한데 어떤 것들은 흡사 공룡알처럼 생기기도 했다. 태고 이래 거센 파도에 닳고 닳아진 갯돌이 바다 밑으로부터 해안까지 아홉 계단을 이루고 있다는데 왜 여기만 이런 현상이 있는 건지는 글쎄… 입장료 1,000원.
14. 완도 명사십리 해수욕장
맑은 모래가 십 리에 걸쳐 있다는 곳, 명사십리 해수욕장. 부산에 비해 접근이 어려워서 그렇지 해운대와 견주어도 결코 꿀리지 않을 정도의 넓은 백사장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게다가 굵은 입자의 다른 해수욕장과 달리 모래가 얼마나 고운지 발에 묻어도 이물감이 크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뒤늦은 여름에 찾아온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다른 곳과 달리 테이블형 파라솔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용료는 1만원, 평상은 2만원이다.
데레사
2016년 8월 18일 at 10:45 오전
지명을 보니 대부분 가본곳이긴 해요.
그래도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데 올 해는 꼼짝을 못할것 같습니다.
그쪽 지역도 알게 모르게 많은 변화가 있는것 같은데요.
더워서 힘듭니다.
journeyman
2016년 8월 23일 at 12:05 오후
너무 멀어서 남도여행은 해외여행보다 더 어려운 듯합니다.
시간 나면 다시 와봐야지 하면서도 생각처럼 쉽지 않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