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색이 짙었던 세인트루이스가 9회 초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에서 극적으로 동점을 만들어냈다. 1사 1루에서 6번 타자 제드 저코가 거짓말 같은 투런홈런을 좌측 담장에 꽂으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것이다. 비록 경기를 뒤집지는 못했어도 가능성을 본 마이크 메서니 감독은 9회말 오승환을 출격시켰다. 오승환이 무너지면 팀도 무너질 것이요, 오승환이 버텨내면 팀도 승리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였다.
시작은 불안했다. 9회말 필라델피아 선두 타자 피터 버조스에게 중전 안타를 맞은 탓이다. 한 점 승부에서 엠마뉴엘 뷰리스는 정석대로 번트로 주자를 2루에 갖다 놨다. 경기는 이제부터였다. 안타 하나면 9회초 극적인 동점도 물거품이 될 터였다. 그러나 위기를 넘기면 세인트루이스에게도 한 번의 기회가 찾아올 수 있으리라.
9번 타자 대타 세자르 에르난데스의 빗맞은 타구가 애매한 곳으로 날아갔다. 2루수의 키는 넘길 거 같고 좌익수에게는 미치지 못할 걸로 보이는 타구였다. 행운의 안타가 될 수도 있었다. 이때 2루수 그렉 가르시아가 공을 끝까지 따라간 후 폴짝 뛰어서 에르난데스의 타구를 잡아냈다. 행운은 에르난데스가 아니라 오승환의 편이었다.
힘겹게 투 아웃을 잡았지만 산 넘어 산이었다. 다음 타자는 각각 홈런 하나에 2안타를 몰아치고 있는 오두벨 에레라와 프레디 갈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세인트루이스 벤치에서는 에레라를 고의사구로 거르고 갈비스와의 승부를 원했다. 옳은 선택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으나 오승환의 초구를 받아친 갈비스가 1루수 라인드라이브에 걸리면서 화를 면할 수는 있었다.
위태위태했던 9회말과 달리 10회말은 깔끔했다. 매서니 감독은 10회에도 오승환을 쓰기 위해 9회 더블 스위칭을 감행했고 10회에 그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오승환은 3번 타자 애런 알테르를 삼진으로 잡았고 4번 타자 마이켈 프랑코는 3루수 땅볼로 처리한 후 5번 타자 토미 조셉마저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그리고는 11회초 랜달 그리척의 적시타가 터지면서 오승환은 시즌 3승째를 챙겨 들었다.
마이애미와 홈경기를 치른 피츠버그 강정호도 기분 좋은 활약을 보였다. 6번 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했던 강정호는 7회 우전 안타에 이어 8회 좌전 안타로 멀티히트를 완성했다. 7회에는 도루에 이어 송구 실책으로 홈까지 밟기도 했다. 다만, 8회초 2사 상황에서 실책으로 역전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은 옥에 티였다.
전날 데뷔 후 첫 3루타와 4안타 경기를 치렀던 볼티모어 김현수는 휴스턴과의 원정 경기에서 안타 하나와 볼넷 하나를 추가했다. 2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김현수는 첫 타석부터 중전 안타로 기분 좋은 흐름을 이어가는 듯했으나 추가 안타는 뽑아내지 못 했다. 10안타로 8점을 뽑은 볼티모어는 18안타로 15점을 얻어낸 휴스턴에게 크게 패했다.
한편, 손바닥 부상 이후 부진을 거듭하고 있던 이대호는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