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성수기 기간 동안 휴가를 휴양림 숲속의 집에서 보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다른 휴양 시설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다녀올 수 있다 보니 인기가 대단한 탓이다. 선착순으로 결정하던 예전에도 그랬지만 추첨으로 결정되는 요즘에도 다르지 않다. 더구나 대규모 숙박시설과 달리 숙박 물량도 적다 보니 경쟁은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성수기에는 아예 휴양림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 이유다.
아무런 사전 준비도 없었이 가학산 자연휴양림에 전화를 걸어본 것은 순전히 혹시나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국립자연휴양관리소(www.huyang.go.kr)에서 운영하는 휴양림과 달리 해남군청에서 운영하는 가학산 자연휴양림(gahak.haenam.go.kr)은 홈페이지 예약 시스템이 갖춰져있지 않았기에 잘하면 자리가 남아있을 수도 있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휴가를 하루 앞둔 상황이었으니 거의 자포자기 심정이라는 게 더 정확할는지만.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했던가. 하늘이 도운 것인지 어제까지만 해도 만실 상태였었는데 때마침 취소된 예약이 하나 있다고 한다. 2박 3일간의 일정 중에서 단 하루에 불과하고 그 하루를 지내기 위해 땅끝으로 달려간다는 것도 무모한 일이기는 했지만 어쨌든 숙소를 잡았다는데 만족할 뿐이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멀리 있는 해남 가학산자연휴양림과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다행히 길은 밀리지 않았고 열심히 달렸더니 5시간 정도 걸렸다. 그나마 해남에서도 남쪽이 아니라 북쪽이어서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을게다. 지도 상으로 봐도 해남보다는 영암 쪽에서 더 가깝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보니 뭔가 수상한 구석이 없지 않았다. 휴양림이 너무 한산해 보였기 때문이다. 휴양객들이 일시에 몰리기 마련인 극성수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산해도 너무 한산했다.
입구에서 바로 알 수 있었기에 그 이유를 알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오랜 가뭄으로 계곡물이 말라서 예약 취소 사태가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걸 모르고 다섯 시간을 달려왔으니 뭔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어쩌랴,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것을. 이왕 여기까지 내려왔으니 그저 하룻밤 푹 쉬었다 가기로 했다.
사실 가학산 자연휴양림을 선택한 이유 중에 가장 컸던 것은 계곡 이쪽과 저쪽을 막아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계곡 수영장이었다. 내려오기 전부터 산도 즐기고 물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시설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계곡에 물이 없으니 수영장은 있으나 마나였다. 계곡물도 없는 산에서 뭘 해야 할지 막막하기도 하고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덕분에 휴양림을 차분히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1998년에 개장한 가학산자연휴양림은 2010년 숲속의 집 13동을 자연친화적인 황토벽돌집으로 리모델링하고 휴양림 안에 데크시설과 돌계단 등을 곳곳에 설치해 관광객들이 편안하게 산책을 즐기고 쉴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한다. 또한 가학은 산세가 나르는 학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능선을 타게 되면 마치 한 마리의 학이 나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도 한다.
휴양림에는 숲속의 집 7평짜리 9개동과 12평짜리 4개동이 있으며 하루 이용요금은 각각 5만원과 7만원이다. 숲속의 집에는 취사시설과 에어컨, 선풍기에 LCD TV까지 갖춰져 있으므로 하룻밤 지내기에 불편함이 없다. 이 정도면 지난 7월에 제주에서 묵었던 오리엔탈 호텔보다 더 나아 보인다. 다만 근처에 매점이 없으므로 필요한 물품들은 사전에 미리 챙기는 게 좋겠다.
야영장과 오토캠핑장도 있는데 이용금액은 2만원이다. 입장료(성인 1천원)와 주차요금(소형 4천원)을 별도로 내야하지만 통나무집 이용객에 한해서는 무료다. 또한 방문객들을 위한 인터넷PC 한 대가 준비되어 있으므로 PC방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된다. 하긴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요즘 세상에 굳이 인터넷PC가 필요할까 싶기도 하지만 없어서 못쓰는 것과 있는데 안 쓰는 것과는 다를 듯…
데레사
2016년 8월 26일 at 1:57 오후
저도 유명한 감자옹심이 집에서 감자전 시켰다가
시간 걸린다고 툇짜 맞은적 있어요.
맛집으로 방송에 여러번 나온 집이지만
손님은 우리뿐이었거든요.
그래서 여행 가서는 되도록 소문난 집은
안 갈려고 합니다.
journeyman
2016년 8월 29일 at 11:29 오전
그게 또 복불복이라는 게 문제지요.
숨은 맛집을 찾는다면 더 없이 반갑겠으나 형편없는 집이라면 역시 유명한 집을 갔어야 했다고 후회하게 될 테티까요.
이래저래 먹고 살기 힘들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