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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경춘선 김유정역 가을나들이 - Journeyman이 바라본 세상
경춘선 김유정역 가을나들이

김유정역

왠지 그리움이 숨어있을 것만 같은 역. 아는 이 하나 없어도 누군가 나와서 반겨줄 것만 같은 역. 몸도 마음도 지쳤을 때 그곳에 가면 위로받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역. 경춘선 끝자락에 있는 김유정역이라는 이름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 신남역이라는 이름에서 김유정역으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인데도 왠지 더 다정하고 친근하게 다가오는 데다 한 번쯤 다녀와야 할 의무감마저 느끼게 만들기 때문이다.

김유정역의 원래 이름은 1939년 7월 25일 붙여진 신남역이다. 그러다 2004년 12월 1일 김유정역으로 이름을 변경하게 되었는데 한국철도 사상 최초로 역명에 사람 이름을 사용한 역이다. 오랫동안 작은 간이역으로만 기억되던 이곳에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진 것은 2010년 12월 21일 수도권 전철 경춘선이 개통되면서 새로운 역사로 이전하면서부터다. 간이역의 낭만이 사라진 대신 일상의 편의를 얻은 셈이다.

신남역이 김유정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대는 이 지역이 소설가 김유정의 출신지이자 그의 문학적인 배경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또 다른 속사정도 있다. 이곳이 원래는 행정구역상 신남면이었으나 신동면으로 편입되었기에 더 이상 신남역이라는 이름을 쓸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현실적인 고심 끝에 나온 이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신동역보다는 김유정역이 훨씬 듣기 좋은 게 사실이다.

김유정역은 춘천역 두 정거장 앞에 있고 남춘천역보다 한 정거장 앞이다. 서울에서 출발할 경우 강촌역 다음이다. 사실상 경춘선의 끄트머리에 있다고 할 수 있으니 시간은 적지 않게 걸리는 편이다. 7호선 상봉역에서 경춘선으로 갈아타거나 용산역에서 ITX 청춘열차를 타면 된다. 경춘선 기준으로 상봉역에서 약 1시간 9분 정도 걸리고 비용은 2,450원 정도다.

김유정역은 특이하게도 역이름이 궁서체로 쓰여있어서 단아하면서도 토속적인 정취를 물씬 풍긴다. 예전처럼 작은 간이역에 더 어울렸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현대식 플랫폼에서는 낯설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역에서 나오면 오른쪽은 레일바이크를 탈 수 있는 강촌 레일파크이고 왼쪽이 마을로 향하는 길이다. 그렇다고 오른쪽으로는 마을로 향하는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김유정역에서 나와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점심식사를 해결하기 위한 큰집 삼계탕이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일단 배부터 채우고 돌아보기 위해서였다. 원래 이름은 신남큰집인데 한약재와 곡류(콩,깨 등) 및 견과류 등등을 이용하여 다른 삼계탕과 달리 기름기를 제거하여 다이어트 및 스테미너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궁중삼계탕(14,000원)이 주메뉴로 경복궁 근처의 유명한 삼계탕집 토속촌처럼 국물맛이 진하게 우러나오는 것이 특징이었다.

식사를 해결한 후 다시 역방향으로 돌아와 오른편으로 돌면 낭만누리라는 제법 그럴듯한 관광안내소가 보인다. 하도 규모가 커서 얼핏 보면 김유정 문학관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이곳은 그저 안내소일 뿐이고 김유정 문학촌은 그보다 조금 더 올라가서야 나온다. 낭만누리는 주차시설을 완비하고 있으므로 경춘선을 타지 않고 자가용을 이끌고 왔다면 이곳에 주차할 수 있다.

김유정 문학촌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소설 ‘봄봄’에서 점순이가 주인공의 속을 썩이던 닭싸움 붙이는 모습이다. 그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이도 있는데 이에 대한 별다른 안내는 없지만, 이 작품의 작가 김유정으로 추정된다. 복원된 김유정 생가와 더불어 점순이의 키를 놓고 벌이는 주인공과 장인의 실랑이 모습도 재현되어 있어 웃음을 준다.

김유정 문학촌에서 나오면 본격적인 마을 투어가 시작된다. 일명 실레마을 이야기 길이다. 총 5.2km로 약 90분 정도 걸리는 코스로 산책 삼아 돌아오면 좋겠지만 길이 외지고 산길인데다 으슥하므로 혼자 나서기에는 다소 위험해 보인다. 무모하게 도전하기보다는 일행과 함께 움직이는 게 좋겠다. 혼자 왔다면 실레마을 이야기 길 보다 김유정역 오른편에 있는 강촌 레일파크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강촌 레일파크는 김유정역에서 강촌역으로 이어진 레일바이크를 위한 시설인데 책을 테마로 꾸며놓아 마치 거대한 도서관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주게 만들고 중앙에 있는 무인 북카페에서는 책을 빌려 읽을 수 있기도 하다. 이웃 매장에서는 커피와 간단한 음료도 판매하므로 목을 축일 수도 있다. 레일바이크 출발 시간에는 다소 소란스럽고 산만하지만, 그 시간만 지나면 비교적 평온해지므로 책 읽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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