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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쌍욕라떼로 유명한 통영 울라봉 - Journeyman이 바라본 세상
쌍욕라떼로 유명한 통영 울라봉

울라봉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카페가 있다. 18금 카페(?)라고 할 수 있는 통영의 ‘울라봉’이 바로 그곳이다. 지방의 작은 카페가 입소문을 타고 전국적으로 알려진 것은 이 집만의 독특한 차 맛 때문이다. 도대체 그 집의 차 맛이 어떻길래 전국적인 명소가 되었고 각지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일까.

이 집의 대표 메뉴는 ‘쌍욕라떼’다. 다소 쌍스러운 뉘앙스의 이 라떼는 이름 그대로 쌍욕으로 가득한 라떼다. 이름만 들어서는 감이 오지 않겠지만 약간만 검색을 해보면 금세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니 얼굴이 욕이다’처럼 다소 점잖은 욕부터 시작해서 ‘머리 안 감고 나온 드런 년’이라거나 ‘생기다 만 년’과 같은 상당히 민망한 욕까지 걸쭉하게 뽑아 주기 때문이다.

‘쌍욕라떼’는 별도의 메뉴가 아니라 주문한 라떼에 민망한 욕설을 적어주는 모든 메뉴를 말한다. 과일주스처럼 초코를 올리기 어려운 메뉴를 제외한 모든 메뉴에서 가능하다. 우리가 주문한 메뉴는 카페라떼와 아이스라떼, 그리고 핫초코와 딸기주스였는데 딸기 주스를 제외한 세 메뉴가 쌍욕라떼로 나왔다. 물론 원하지 않는다면 주문할 때 미리 말해야 한다.

듣기 거북한 욕설이 난무하는 집이지만 이 집에는 나름대로의 철칙이 있다. ‘실내에선 욕 금지’란다. 그러면서 ‘나도 안 한다. 적기만 하지…’라는 말도 덧붙이고 있다. 또한, 미성년자를 대동한 경우에는 자라는 청소년들이 충격받지 않도록 수위 조절을 해주기도 한다. 아이와 함께 찾아간 우리 일행의 메뉴에는 ‘마! 공부나 해라마’, ‘그게 답이다 이놈들아’, ‘촌것들’처럼 비교적 점잖은(?) 문구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카페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카페치곤 초라해 보이기까지 하다. 멀리서까지 찾아갔는데 초만원 상태라면 난감한 일이다. 그런 상태에서도 울라봉은 배짱영업을 계속한다. 기다릴려면 기다리고 말려면 말라는 식이다. 그래도 기다릴 사람은 카페 앞에 있는 화이트 보드에 대기자 이름을 적어 놓으면 된다. 5팀까지만 대기를 받고 기다리다 지치면 대기자 이름을 지우고 가라고 한다.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가격이 비싼 편도 아니다. 카페라떼가 3,500원이다. 스타벅스 카페라떼가 4,100원이고 웬만한 카페에서는 5~6,000원 정도 받는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오히려 싼 편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다만, 주인장이 주장하는 것처럼 생계형 카페이다 보니 대기 시간은 적지 않게 걸린다. 카페 안쪽에는 밖에서는 눈치챌 수 없는 오붓한 공간도 마련되어 있으므로 연인이라면 이 공간을 노려보는 것도 좋겠다.

한때 욕쟁이 할머니가 유명했던 것처럼 워낙 걸쭉한 욕설을 내뱉는(?) 곳이다 보니 주인장의 연령대가 꽤나 높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실상은 반대다. 오히려 너무 젊고 점잖아 보이기까지 하다. 어쩌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싶기도 하지만 지방의 조그만 카페가 전국적인 명성을 얻으려면 이 정도의 차별화는 있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어쨌든 돈 내고 욕먹는 기분도 그리 나쁘지는 않으니, 아니 오히려 재미있기까지 하니 이 집의 차별화는 대단히 성공한 셈이다.

6 Comments

  1. 데레사

    2016년 10월 13일 at 11:12 오전

    재미 있겠어요.
    이름은 들어서 알고 있는데 통영 가서는
    잊어버리고 못가봤지요.

    제가 구로서에 근무할 때 묙쟁이 할머니 냉면집이
    있었는데 이 집이 줄을 섰거든요.
    우리가 은근히 욕을 좋아하나봐요.

    • journeyman

      2016년 10월 13일 at 5:14 오후

      호기심으로 찾아가 봤는데 지방의 작은 커피집이 전국적으로 유명한 이유를 알겠더군요.
      친구나 연인끼리 가면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구요.
      세계적으로 한국 욕처럼 다양한 욕도 없다고 하니 욕을 좋아하나 보다는 데레사님 말씀이 일리 있어 보입니다.

  2. 김수남

    2016년 10월 13일 at 9:32 오후

    어머,정말 그런 곳도 있군요.확실한 차별화 마케팅이네요.그 욕이 기분 상하는 곳이 아니라 함께 웃을 수 있는 것도 사람들 마음에 공감대가 이미 잘 형성된 증거네요.그래도 이젠 많이 알려졌으니 축복과 격려와 사랑과 위로의 따뜻한 문구가 쓰이면 좋겠네요.손님 표정으로 읽는 상대의 마음을 케치해서 적절하게 표현하는 카페로 탈바꿈 시켜도 좋겠어요.카페도 변화하면 더 좋으니요.2단계 코스로 이젠 축복의 말을 전해 보라고 그 주인장께 말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그 차잔안에 따뜻한 정이 담겨 있음이 사람들 기분이 그리 나쁘지 않게하는 비법인가 봅니다.

    다양한 곳에 가족 나들이 하심이 뵙기 좋습니다.나눠 주셔서 감사합니다

    • journeyman

      2016년 10월 16일 at 9:02 오후

      살다보면 가끔 삐뚫어지고 싶을 때도 있는데
      이 카페가 그런 심리를 묘하게 자극하는 듯합니다.
      재미있는 곳이에요.

  3. 초아

    2016년 10월 13일 at 10:39 오후

    전 처음 들어봅니다.
    그런곳도 있나요?
    우와!~ 차별화… 기발한 아이디어네요.
    후훗 돈 내고 욕먹는 기분 어떨지..
    저도 한번 들려보고 싶습니다.^^

    • journeyman

      2016년 10월 16일 at 9:03 오후

      돈 내고 욕먹는 기분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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