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WP_Widget에서 호출한 생성자 함수는 4.3.0 버전부터 폐지예정입니다. 대신
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걸어서 바다를 건널 수 있는 통영의 해저터널 - Journeyman이 바라본 세상
걸어서 바다를 건널 수 있는 통영의 해저터널

통영해저터널

영국에서 유럽 대륙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비행기나 유람선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간편하게 런던에서 파리로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 바로 육로를 이용하는 것이다. 해저터널을 통과하는 고속기차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름도 찬란한 유로스타(www.eurostar.com)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섬에서 대륙으로 비교적 간편하게 기차 타고 이동할 뿐만 아니라 바닷속으로 달린다고 하니 왠지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낭만적인 기대를 안고 유로스타에 올랐다면 실망할 게 분명하다. 특히 낮시간 동안 시내여행에 지쳐있을 여행자들에게는 더하다. 실내조명 때문에 주변 경치를 제대로 감상할 수도 없을뿐더러 해저터널 구간은 지하철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쏟아지는 잠을 어쩌지 못하고 꾸벅꾸벅 졸거나 아예 숙면을 취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유로스타는 어느새 파리 북역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저터널이라는 말은 언제나 설레게 만든다. 배 타고 가야 하는 길을 차 타고 다녀올 수 있다는 말이 아니던가. 초행이라면 바다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터널을 뚫고 달릴 것만 같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거가대교 해저터널도 그랬다. 바닷속이 바다 밑을 의미하다 보니 다른 일반 터널과 다르지 않다. 그러다 보니 바닷속을 달리고 있는 것인지 일반 터널을 달리고 있는 것인지도 헷갈릴 정도다.

광안대교처럼 바다 위를 달리는 기분도 좋고 바다를 달리며 바라보는 경치도 좋았으며 때마침 시작된 노을도 좋았다. 그러나 해저터널로 들어서면 말이 달라진다. 바다를 달리고 있다는 아무런 기분도 들지 않았고 강원도의 어느 긴 터널을 달리고 있다고 생각될 뿐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따금씩 해저 몇백 미터 아래인지를 알리는 표시(전광판)였는데 그다지 실감 나지도 않았다.

그에 비하면 통영 해저터널은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기차도 아니고 자동차도 아닌 걸어서 바다를 건널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1932년에 건립된 통영 해저 터널은 통영과 미륵도를 연결하는 동양 최초의 해저 구조물(바다 밑 터널)이라고 한다. 원래에도 밀물 때는 섬이다가 썰물 때 도보로 왕래가 가능하던 것을 해저터널을 통해서 항시 이동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해저터널 입구를 찾기는 쉽지 않다. 주택가에 위치하고 있는 탓에 해저터널을 알아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밤에는 터널 입구를 네온으로 밝혀놓아 제법 운치 있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예전에는 통영과 미륵도를 연결하는 주요 연결도로로 차량도 다녔었지만 1967년 충무교가 완성된 뒤로는 차량의 통행이 금지되어 사람만 다닐 수 있게 되었다.

공사는 1927년 5월에 시공하여 1932년 12월까지 5년 동안 걸렸다고 한다. 바다 밑을 걸어서 통과할 수 있는 터널이었으니 당시에는 얼마나 획기적인 시설이었을까 싶다. 터널 입구에는 한자로 ‘용문달양(龍門達陽)’이라고 적혀 있는데 ‘용문(龍門)’을 거쳐서 ‘산양(山陽)’에 통한다는 뜻이다. ‘용문’은 중국 고사에 나오는 물살이 센 여울목으로 잉어가 여기를 거슬러 오르면 용이 된다는 전설의 장소이고 ‘산양’은 미륵도를 칭하는 말이다.

처음 터널로 들어설 때는 묘한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용문달양이라고 적혀있는 문을 지나야 하기에 마치 고대로 향하는 입구를 지나는 듯한 감정도 느껴진다. 터널 저쪽에는 딴 세상이 펼쳐질 것만 같기도 하다. 터널을 통과하는 시간은 성인 보통 걸음으로 5분 남짓에 불과하지만, 터널에서 나와 바다 저편을 보고 있노라면 순간 이동이라도 한듯한 묘한 기분도 느껴질 것이다.

2 Comments

  1. 참나무.

    2016년 11월 13일 at 1:10 오후

    아…여기 국민학교 때 가 보고 이후엔 못가봤네요
    통영음악제 갈 때도 전혁림 미술관, 청마 문학관 등등 들리느라
    시간이 넉넉치 못하여 늘 놓치고마는데
    요담엔 젤 먼저 가보고싶은 곳…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언제 짬나시면 을지로 ‘한약방커피’ 한 번 가보셔요
    기자님 사진 솜씨로 담아 포스팅 하시면 많은 분들께
    좋은 정보 드릴 수 있을텐데
    저는 손전화도 틱틱 담으니 늘 아쉬워서요

    • journeyman

      2016년 11월 14일 at 10:51 오전

      저도 올려주신 ‘한약방커피’를 보고 꼭 한 번 가보고 싶었습니다.
      독특한 느낌이 아주 마음에 들더군요.
      좋은 곳을 많이 소개해주셔서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