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람선 타고 다도해를 돌아보는 것도 좋고 소매물도와 같은 작은 섬에 들어갔다 오는 것도 좋지만, 통영에 가서 빼먹지 말고 꼭 들러야 하는 곳이 있다. 바로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다. 미륵산에 설치된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는 한국에서 유일한 2선(bi-cable) 자동 순환식 곤돌라 방식으로 스위스 최신 기술에 의해 설치되었으며 그 길이도 1975M로 국내 일반 관광객용 케이블카 중에서 가장 길다.
케이블카라고 하면 수십 명이 한꺼번에 탑승하는 일반적인 형태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실제로 남산을 비롯한 많은 관광지의 케이블카가 그런 형식이다. 그에 비해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는 8인승짜리 소형으로 스키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여서 가족이나 친구, 또는 연인과 함께 오붓하게 다녀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8명이 타기에는 다소 좁다는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다.
케이블카를 타려면 일찍부터 서두르는 게 좋다. 통영 여행의 필수 코스다 보니 많은 인파가 몰리는 탓이다. 또한, 오전 9시 30분부터 운행을 시작해서 동절기(10월부터 2월까지)에는 16시, 봄ㆍ가을(3월과 9월)에는 17시, 하절기(4월부터 8월까지)에는 18시에 마감되므로 여유를 부리다 보면 마감 시간과 대기 인파에 밀려 아쉬움 속에 돌아서야 할런지도 모른다.
그래도 회전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8인승 48대가 쉬지 않고 돌아가므로 수송능력은 시간당 1천명에 달한다. 매표소에서 티켓을 구매하면 대기번호가 찍혀 있는데 어마어마한 대기 순번에 놀라고 차례가 돌아오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데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평일에는 모르겠지만, 휴일에는 8명을 꽉꽉 채워서 돌린다는 점은 조금 아쉬운 일이다. 가족 정도는 한 차에 태워줘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서다.
하부역사에서 상부역사까지 운행시간은 약 10분 정도 걸린다. 상부역사에서 내리면 해발 461M인 미륵산 정상까지는 걸어 올라가야 하는데 그리 만만하지는 않으므로 쉬엄쉬엄 올라갈 필요가 있다. 상부 역사의 마감 시간은 하부역사 마감 시간의 +1시간이므로 하부역사에서 막차를 탔다면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오기에는 무리일 수 있겠다. 만일 막차를 놓쳤다면 걸어서 내려가야 한다.
상부역사에서 미륵산 정상까지는 다양한 테마로 꾸며져 있다. 당포해전 전망대에서는 임진왜란 당시 벌어졌던 당포해전이 벌어졌던 역사적인 현장을 가늠해볼 수 있고 통영상륙작전 전망대에서는 6ㆍ25전쟁 중 최초로 실시된 한국군 단독 상륙작전이자 공격작전으로 외신 종군기자로부터 “귀신 잡는 해병대(They might capture even the devil”)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현장을 굽어볼 수 있다.
그 밖에도 박경리 묘소 전망대, 봉수대 쉼터, 한려수도 전망대, 통영항 전망대, 신선대 전망대, 한산대첩 전망대 등에서 각기 다른 모습의 통영 앞바다와 한려수도를 감상할 수 있다. 미륵산 정상에 오르면 해발 461M를 증명하는 정상 표지석 앞에서 기념사진, 일명 인증샷을 찍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사진 하나 남기지 않고 돌아갈 수는 없는 일.
정상에서 내려오면 상부역사에서 파는 통영꿀빵이 눈에 띄는데 비싸고 맛도 없으므로 가급적 구매하지 마시기 바란다. 맛이나 보자며 샀다가는 후회할 가능성이 크다. 차라리 중앙시장에 가면 꿀빵집이 즐비하니 오히려 그곳에서 사는 게 좋다.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의 이용요금은 왕복 기준으로 대인 9천원, 소인(초등학생) 5천원이고 수산과학관 관람권을 제시하면 5백원을 할인받을 수 있고 반대로 수산과학관에서도 케이블카 티켓을 제시하면 5백원의 입장료를 할인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