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8일
아침 6시 경에 일어나 GP-03 항차의 궤적을 해도에 옮겨 적고 아침 식사를 마친 후 부산에서 Kobe까지 KAISEI를 승선했다는 수료증을 받고 부두에서 단체 사진을 찍은 후 KAISEI 승무원들과 작별을 했다. 다행히 Akane와 Kai가 우리가 오사카에서 Pan Star를 타는 페리 터미널까지 수행해주었다. 가는 길에 Yokoyama 씨를 만났으며 오사카 행 전철역에서 헤어졌다. 부산행 페리는 오후 4시에 출항 예정이었다. 우리는 짐을 모아 놓고 일부는 택시로 가까운 쇼핑센터에 가서 식사를 한 후 Akane와 Kai를 보내고 우리는 간단한 쇼핑을 하고 주변을 잠시 둘러보았다. 일본은 대체로 바다에 접한 지역을 친수 공간이나 공원지대로 잘 가꾸어 놓고 있었다. 아직 11월 중순이지만 상가 내부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3시 30분에 승선을 하고 Pan Star에 근무하시는 정 균식 선생의 선배의 배려로 2개의 일반실과 suite room을 하나 더 받아서 오랜만에 편한 잠자리를 가질 수 있었다. 선내에서는 세토 대교와 고베의 대교를 지날 때마다 안내 방송을 해 주었다. 저녁에 KAISEI에서 챙겨준 과자와 선물로 받은 양주로 간단한 술자리가 있었는데 Ricky는 항해에 대한 대단한 기대와 해상생활에 대한 동경이 있는 듯해 보였다. 정 균식 선생은 1년 남짓 해외선박에 있으면서 노후선에서 기관사로 근무하느라 어려움이 많았던 것 같았다. 더구나 내가 탔던 M/T Pacific Hunter도 그때까지 해외선박에 있었다고 했는데 이미 선령이 15년 이상된 노후선이어서 모두 승선을 기피하는 배가 되었다고 회고했다.
11월 19일
아침 식사 후에 상갑판에 나서니 바람은 찼지만 한국의 TV 방송을 들을 수 있었고 서서히 부산의 모습이 다가왔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터미널에 나오니 박 진수 교수님과 고은이 부모님 그리고 채민이 모친이 마중을 나오셨다. 우리는 중앙동에서 때 이른 점심식사를 하고 GP-03 항해의 모임을 마쳤다.
마치 서바이벌 게임에서 살아온 사람들처럼 일상의 평범함에 대한 감사와 삶에 대한 잔잔한 환희를 맛보며 더 이상 범선이 동경의 대상이 아니라 내면화시키고 체득해야 할 실체라는 자각과 함께 그 동안 잊고 지냈던 뱃사람들에 대한 경의와 그 옛날 바다에서의 하루를 마감하던 싯귀의 깊은 의미를 이제 다시 되새겨본다.
Let us give thanks for safety from the sea
and for this bread with these our gathered friends.
May the light guide us till our sailing ends.
– John Masefield(1878-1967)
12/1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