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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차승원의 눈물겨운 변신이 안타까운 하이힐 - Journeyman이 바라본 세상
차승원의 눈물겨운 변신이 안타까운 하이힐

이젠 코믹 배우로 자리잡은 차승원 주연의 영화 ‘하이힐(Highheel, 2013)’은 기대와 달리 제법 묵직한 문제를 다뤘다. 자신이 원하지 않은 성(gender)에 갇혀 살아야 하는 영혼에 대한 문제였다. 남자이면서 남자가 될 수 없는 남자. 여자가 되고 싶지만, 여자가 될 수 없는 남자. 그런 사실을 알기에 그는 더욱 남자가 되려고 노력했고 남자로 인정받고 싶었다.

그런 노력으로 누구보다 남자다워질 수는 있었다. 배에는 왕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졌고 온몸은 울퉁불퉁한 근육으로 다져졌다. 조직폭력배들도 그의 앞에서는 오줌을 지릴 정도로 완벽한 남자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럴수록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은 더욱 커져만 갔다. 동시에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커져갔다.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장진 감독은 묵직한 메시지와 함께 웃음 폭탄을 터트리고 싶어 했다. 그런 이유로 선택된 배우가 바로 차승원이었다. 원래부터 여자였던 것처럼 여성스러운 남자가 여자가 되려고 하는 것보다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는 남자가 자신의 운명을 거부하지 못하고 여자가 되려고 한다는 설정이 더 재미있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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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까닭에 이 영화의 초반은 마치 홍콩 느와르 영화처럼 화려한 액션을 보여준다. 그리고는 동시에 코믹까지도 왕창 가미한다. 그래야 차승원이 맡고 있는 슬픈 운명의 사나이 윤지욱의 비극적인 인생이 더 돋보이게 되리라고 믿었던 분명하다. 그래서 사우나 신이나 룸싸롱 신이 나오는 초반 부분은 무척 흥미롭다. 역시 차승원이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뒤로 갈수록 영화는 무슨 말을 하려는지 도통 감 잡을 수 없게 만든다. 그렇다고 재미있는 것도 아니다. 액션과 코믹으로 몰아쳤던 비바람이 순식간에 고요해지는 느낌이다. 뭔가 뒤를 이어 불어오겠지 싶었으나 그냥 그대로 잠잠해지는 날씨와도 같다. 코믹도 없고 액션도 없다. 그저 한 남자의 내적 갈등에만 집중할 뿐인데, 문제는 그 갈등이 그리 절실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차승원의 연기 내공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처음부터 무리한 기획이었고 감독의 욕심이 낳은 결과라고 해야 한다. 즉, 메시지면 메시지, 액션이면 액션, 코믹이면 코믹 등 뭐 하나 제대로 갖춰놓은 다음 그 위에 다른 무언가를 가미했어야 하는데, 이 영화는 메시지는 모호하고, 액션도 부족하며, 코믹조차 충분하지 않기에 그저 그런 영화에 머무는 데 그쳤다. 여장하고 나타난 차승원의 변신이 안쓰러워 보일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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