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인생이다. 앞을 모르니 수많은 우연과 필연 속에서 최대한 유리한 방향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러고도 그 결과는 하늘에 맡겨야 한다. 원한다고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원하지 않는다고 일어나지 않는 것도 아니다.
1사에 1루와 3루에 주자를 두고 박병호가 타석에 들어섰다. 최근 들어 방망이가 주춤하고 있는 박병호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 같은 존재를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안타 하나면 2점을 더 추가할 수도 있고, 홈런 한 방이면 3점을 더 얻게 된다. 미네소타의 기대와 시애틀의 우려를 한 몸에 받으며 타석에 들어선 박병호였다.
시애틀의 에이스 펠릭스 에르난데스는 박병호를 상대로 두 개 연속 볼을 던졌다. 세 번째 공은 파울이었고 네 번째 공은 헛스윙이었다. 투볼 투스트라이크. 에르난데스의 다섯 번째 공을 박병호가 받아쳤지만 타구는 내야를 벗어나지 못하고 3루수에게 향했다. 박병호는 자신의 오른발에 맞았으므로 당연히 파울이라 여기고 아무런 동작도 취하지 않았다.
그런데 상황이 묘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3루 주자 미구엘 사노가 홈으로 파고들었고, 박병호의 타구를 잡은 시애틀 3루수 카일 시거도 홈으로 던졌다. 주심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포수 크리스 아이아네타는 홈플레이트 부근을 서성이던 박병호를 태그 해 아웃 판정을 받아냈다. 첫 타석에서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했던 박병호의 두 번째 타석의 공식 기록은 3루수 땅볼 아웃이었다.
오심이라면 오심이었다. 그리고 딜레마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박병호가 파울을 주장할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만일 파울을 주장해서 받아들여진다면 1점은 무효가 되고 다시 타석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그리고는 보란 듯이 적시타를 치거나 홈런을 칠 수도 있으나 반대로 삼진을 당하거나 병살이라도 치게 된다면 그 1점마저 빼앗기게 되는 상황이다.
시애틀도 마찬가지다. 정상적인 타구가 아니라 파울로 빼앗긴 점수니 판정의 부당함을 강력하게 주장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1점도 주지 않고 이닝을 마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반대로 적시타를 맞거나 홈런이라도 허용하게 되면 1점도 안 주려다 되레 그 이상의 점수를 주게 될지도 모른다. 더구나 상대가 미네소타의 홈런왕이지 않은가.
결국,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였다. 박병호의 미네소타로서는 적시타를 날릴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기기는 했어도 타점을 하나 얻었고, 시애틀로서도 더 줄 수 있는 점수를 그 정도에 그친 것에 만족할만했다. 어느 팀도 최선은 없었고 차선만이 존재했으니 그 차선을 받아들이는 게 현명한 일이었다.
28일(한국시간) 박병호의 미네소타와 이대호의 시애틀이 맞대결을 펼친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세이프코 필드에서 두 선수는 나란히 안타 하나와 타점 하나를 기록했다. 7번 지명 타자로 나선 박병호는 3타수 1안타 1타점, 5번 타자 겸 1루수로 나선 이대호는 4타수 1안타 1타점이었다. 경기는 미네소타가 7:2로 승리했고 두 팀은 29일 같은 장소에서 다시 맞대결을 펼친다.
텍사스와 원정경기를 갖은 피츠버그의 강정호는 텍사스의 에이스 콜 헤멀스의 바깥쪽 낮은 공을 밀어 쳐 스리런홈런(시즌 6호)으로 연결시켰다. 시속 143km짜리 투심 패스트볼이었다. 강정호는 6회에도 안타를 추가해 멀티히트까지 완성시켰다. 강정호의 타율은 3할로 올라섰고 클린트 허들 피츠버그 감독은 “아주 대단한 스윙이었다”면서 “마치 공을 기다렸다는 듯이 쳐서 우측 관중석으로 날려버렸다”며 흡족해했다. 피츠버그가 9:1로 텍사스를 꺾었다.
볼티모어의 김현수는 데뷔 이후 처음으로 3경기 연속 선발 출전의 기회를 잡았다. 클리블랜드와의 원정경기에서 김현수는 2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서 1회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한 후 홈 베이스까지 밟았다. 두 번째 타석에서는 외야 깊은 곳으로 타구를 날렸으나 안타로 연결되지는 못했고 3타수 무안타 1득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볼티모어는 6:4로 승리했다.
한편, 오승환의 세인트루이스는 워싱턴에게 6:2로 이겼고, 오승환은 등판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