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치락뒤치락하며 역전과 동점을 거듭하던 7회 볼티모어의 선두 타자 애덤 존스가 좌전 안타로 출루하면서 무사 1루의 기회를 만들었다. 다음 타자는 한국산 타격기계 김현수. 5:5 동점에서 타석에 들어선 김현수는 뉴욕 양키스 세 번째 투수 델린 베탄시스의 바깥쪽 높게 들어오는 97마일짜리 패스트볼을 받아쳐 중견수 앞으로 보냈다. 3명의 내야수가 지키고 있었지만 물 오른 김현수의 타구를 막아낼 수는 없었다.
이어 매니 마차도의 타구가 3루로 느리게 굴러가면서 3루 주자 존스가 홈을 밟을 수 있었고, 이날의 결승점이 완성되었다. 한국산 타격기계의 손으로 만들어낸 점수였다. 김현수는 1회 첫 타석부터 좌전 안타로 포문을 연 후 6회에는 좌중간 안타를 만들어냈다. 4타수 3안타를 기록한 김현수의 타율은 3할 6푼 7리에서 3할 9푼 1리로 올라갔고, 볼티모어는 양키스를 6:5로 꺾었다.
김현수의 3안타는 올 시즌 4번째 기록이다. 6번의 마크 트럼보와 4번의 뒤를 이어 매니 마차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성적. 경기 후 벅 쇼월터 감독은 “김현수는 계속해서 짧게 치는 타격을 하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공에 대처할 수 있고 실투를 놓치지 않고 있다”면서 “이제 그는 준비가 됐다. 김현수는 커다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에게는 행운이다. 김현수는 오늘도 승부처에서 활약했다”며 극찬했다.
텍사스와의 원정경기에서 다르빗슈 유와 맞대결을 펼친 이대호는 7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2회초 2사 1루에서 다르빗슈와 만났던 이대호는 유격수 땅볼에 그쳤으나 5회 선두 타자로 나와서는 94마일짜리 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우전 안타로 연결시켰다. 이대호는 후속 타자 스티브 클레벤저의 2루타와 루이스 사디나스의 내야 땅볼로 홈까지 밟았다.
6회 2사 1루에서 다르빗슈와 세 번째 대결을 맞았으나 이대호 타석에서 다르빗슈가 토니 바넷으로 교체되면서 더 이상의 진검승부를 펼칠 수는 없었다. 이대호는 9회 텍사스의 네 번째 투수 샘 다이슨을 공략해 멀티히트를 완성시켰다. 하지만 시애틀은 텍사스에게 3:7로 패했고, 3할 1리였던 이대호의 타율은 3할 1푼으로 올랐다.
LA 에인절스와 홈경기를 가졌던 피츠버그 강정호는 2회말 에인절스의 선발 투수 제러드 위버의 체인지업을 통타해 좌측 담장으로 넘겨버렸다. 선두 타자 스탈링 마르테에 이은 백투백 홈런이었다. 시즌 7호 홈런을 기록한 강정호는 앤드류 맥커친(9개), 그레고리 폴랑코(8개)에 이어 팀 내 홈런 3위로 올라섰다. 213타석의 맥커친과 190타석의 폴랑코에 비해 타석이 1/3이나 적은 점 74타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팀 내 홈런왕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강정호는 4회에도 좌측 선상으로 타구를 날려 2루타로 연결시켰다. 시즌 13번째 장타였고, 복귀 후 기록한 20개의 안타 중에서 장타가 절반이 넘을 정도로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강정호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피츠버그는 LA 에인절스에게 2:9로 무릎을 꿇었다. 피츠버그의 득점은 2회 마르테와 강정호의 백투백 홈런으로 얻은 2점이 전부였다.
샌프란시스코와 홈경기를 치른 세인트루이스 오승환은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1:2로 뒤지고 있던 8회초 선발 투수 아담 웨인라이트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선두 타자 조 패닉과 후속 타자 맷 더피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무사 1-2루 위기를 맞았으나, 버스터 포지, 브랜든 벨트, 브랜든 크로포드 등 샌프란시스코의 간판타자 세 명을 모두 삼진으로 잡아 스스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오승환의 호투를 발판 삼아 역전을 꿈꿨던 세인트루이스 마이크 매시니 감독의 바람이 무너진 건 오승환이 물러나고 마무리 트레버 로젠탈이 들어서면서부터였다. 오승환에 이어 9회초에 등장한 로젠탈은 연속 3볼넷으로 무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한 후 적시타를 허용해 3실점하면서 팀의 추격 의지를 꺾어놓았다. 세인트루이스는 1:5로 패했다.
탬파베이와 홈경기를 갖은 미네소타 박병호는 두 개의 볼넷을 골라냈으나 안타를 기록하지는 못했고, 2할 2푼 6리였던 타율은 2할 2푼 3리로 내려갔다. 미네소타는 2:4로 패했다. 레그킥을 크게 가져가지 않는 타격 자세에 변화를 준 박병호에 대해 몰리터 감독은 “다시 페이스를 점점 찾아가고 있다. 어제와 오늘 경기에서 힘든 타구를 잘 쳐냈고, 좋은 경기를 치렀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