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행에서 잠자리는 그리 중요한 관심사항이 아닐런지도 모른다. 하루종일 나다니다가 저녁에 들어와서 잠만 자는 곳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종일토록 타고 다녀야 할 렌터카나 여행 스케쥴에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이는 게 맞을게다. 신혼여행이나 기타 특별한 의미가 있는 여행이 아닌 이상 잠자리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이유였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하다 싶다. 제주의 오리엔탈 호텔은 호텔이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정도였던 탓이다. 호텔이란 콘도보다 편하게 묵기 위한 곳이 아니던가. 아기자기한 펜션을 마다하고 듣도 보도 못한 이름의 오리엔탈 호텔을 선택했던 것도 그래서였는데 이건 뭐 모텔보다도 못한 수준이었다. 객실로 들어서자마자 한마디로 확 깨는 풍경이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침대방이 없다기에 온돌방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데 문제는 분위기가 80년대였다는 점이다. TV도 구형 브라운관식이었고 그나마 화질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이번 여름에 다녀온 해남의 가학산 자연휴양림에서도 갖추고 있던 PDP TV와 스카이 라이프 수신기가 명색이 관광특별시라는 제주도 호텔에서는 구경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도대체 이런 곳을 호텔이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소형 냉장고에는 캔맥주 4개(하이트 2개, 카스 2개)와 캔커피 2개, 그리고 이온음료 2개와 섬유음료 2개가 들어있고 생수 3병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 중에서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은 생수 1병뿐이었는데 그나마도 용량이 500ml 삼다수가 아닌 350ml짜리 아이시스였다. 사이판 PIC에서도 500ml짜리 생수 2병을 기본으로 제공했는데 비하면 너무 박하다는 느낌이다.
이번 여행에서 묵었던 5층에서 와이파이 신호가 잡히기는 했다. 그런데 그 신호가 미약했을 뿐만 아니라 연결이 되어도 유료로 결재하고 쓰라는 화면이 나타났다. 그것도 가격이 무려 1시간에 6천원이고 하루에는 1만1천원이었다. 아마도 외국인을 상대로 장사하기 때문인듯했는데 그러기에는 와이파이 수신상태가 너무 저질이었다. 장사를 하려거든 제대로 해놓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전망은 객실에 따라 오션뷰가 있고 마운틴뷰가 있는데 한라산이 보인다는 마운틴뷰는 거의 사기에 가깝다. 한라산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시내뷰라는 말이 더 맞을 정도로 주변의 주택들만 보일 뿐 한라산은 멀찍이 있기 때문이다. 마운틴뷰라는 이름을 붙여놓았지만 한마디로 경치는 볼만한 게 없다. 좋은 전망을 원한다면 돈을 더 내서 오션뷰를 얻어야겠지만 어쨌든 마운틴뷰라는 어울리지 않는 표현은 수정되어야만 한다.
그래도 로비는 화려한 편이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기에 그런듯하다. 지하 식당에서 제공하는 아침 조식뷔페도 괜찮은 편이었다. 그리고 바로 앞에 이마트가 있으므로 간식거리를 사다 먹기에도 좋다.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냉장고에 들어있는 맥주를 축내고 바가지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축복에 가까웠다. 하지만 아무리 그런들 객실에만 들어오면 싸구려 여관방에라도 들어온 듯 우울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데레사
2016년 6월 17일 at 1:30 오후
제주도는 잠자리나 먹을거리에 바가지가 많아서 그게 아쉽더라구요.
요새 와이파이 돈 내는곳은 없는데 호텔에서 돈 내라니 좀 이상합니다.
그보다 못한 모텔급에 들어도 와이파이는 다 되던데….
journeyman
2016년 6월 17일 at 3:00 오후
오죽하면 제주보다 해외가 더 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니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곳도 말이 호텔이지 주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장사하다 보니 저런 배짱이 가능하지 않나 싶기도 하구요.
저런 곳은 피해야할 듯합니다.
제주오리엔탈호텔
2017년 3월 27일 at 11:30 오전
안녕하세요, 제주오리엔탈호텔입니다.
저희 호텔 투숙 후 아쉬운 점들이 많으신것 같아 우선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온돌방 투숙하시고 유료와이파이를 사용하셨다면 4-5년전 투숙하신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재는 전객실 리노베이션이 완료되었으며 와이파이 또한 무료로 제공드리고 있습니다. 기회가 되어 다시 방문 주신다면 달라진 모습의 제주오리엔탈호텔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 전달 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