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타자는 잘 처리했다. 외야로 뻗어나가기는 했어도 야수 정면이었다. 이제 두 타자만 더 잡고 9회말 공격에서 점수를 얻어내면 승리 투수가 될 수 있었다. 중심 타선으로 연결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9회말에 득점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더 관심거리였다. 한국과 일본에서 끝판왕으로 불리다 미국으로 건너가 파이널 보스가 된 오승환 이야기다.
오승환과 저스틴 터너의 승부는 오래가지 않았다. 1B 1S에서 오승환은 149km짜리 패스트볼을 던졌다. 공은 타자 바깥쪽에서 다소 가운데로 몰리고 있었다. 그 순간 터너의 방망이가 돌아갔고 타구는 중견수를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는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겼다. 오승환이 빅리그에서 허용한 두 번째 피홈런이었다. 터너의 한 방으로 오승환이 무너지면서 2:2의 균형도 무너졌다.
23일(한국시간) LA 다저스와의 경기에서 9회초 세인트루이스의 네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터너에게 홈런을 맞고 패전 위기에 몰렸다. 안타 수가 4:12로 절대적인 열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터너의 홈런이 결승점이 될 가능성이 컸다. 에드리안 골잘레스와 하위 켄드릭을 삼진으로 돌려세웠어도 패색은 짙어 보였다.
기대했던 맷 아담스가 1루 땅볼로 물러났고 야디에르 몰리나마저 중견수 플라이에 그쳤다. 이제 아웃 카운트 하나만 남겨두고 7번 타자 저코가 타석에 들어섰다. 저코마저 범타에 그치면 패전의 멍에는 오승환이 짊어져야 했다. 그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다저스 마무리 켄리 젠슨의 초구를 받아친 저코의 타구가 좌측 담장을 넘어간 것이다.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라는 오랜 격언이 다시 현실로 나타나는 순간이었다.
승부는 연장으로 접어들었다. 오승환은 9회말 공격에서 대타로 교체되었고, 연장전에서만 다저스에서 5명의 투수를 투입했고 세인트루이스에서 3명의 투수를 투입했다. 그리고 연장 16회말 원아웃에서 5번 타자 맷 아담스의 솔로포가 터지면서 길었던 승부에 종지부를 찍었다. 경기에 소요된 시간은 5시간 10분이었다.
필라델피아와의 홈경기에서 7번 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한 피츠버그 강정호는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첫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난 강정호는 두 번째 타석에서 홈런성 타구를 날렸으나 필라델피아 중견수 오두벨 에레라의 호수비에 걸리고 말았다. 세 번째 타석에서도 강정호는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3안타 빈타에 허덕인 피츠버그는 0:4로 완패했다.
휴스턴과의 원정경기에서 7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한 LA 에인절스 최지만은 4타수 무안타에 삼진을 3개나 당했고 LA 에인절스는 1:2로 패했다. 이대호가 선발에서 빠진 시애틀은 토론토에게 2:1로 승리했다. 김현수의 소속 팀 볼티모어는 클리블랜드를 5:1로 꺾었고 추신수의 소속 팀 텍사스는 캔자스시티에게 1:3으로 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