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행군이었다. 힘들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기까지 했다. 쉴 틈이 없을 정도였다. 함께 떠났던 네 명 중에서 쌩쌩한 사람은 오직 아내 혼자뿐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더 봐야 할 곳, 더 들러야 할 곳이 남았다며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못 말리는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지금부터 못 말리는 아내만 따라서 돌아다녔던 지난 8박 9일간 독일 여행기가 시작된다.
1. 독일로 출발
여행지를 유럽, 그중에서도 독일로 정한 것은 독일어 공부를 하고 있는 큰아이를 위해서였다. 독일이라는 나라를 경험해 보고 독일어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에서였다. 유럽이 아니라 독일로 한정한 이유였다. 그리고 아내는 바로 정보 탐색에 들어갔다. 그렇게 비행기도 예약하고 혼자 힘으로 일정도 짜나갔다. 그렇게 두 달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고 독일로 떠나는 날이 다가왔다.
2.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그래도 현지에서의 일은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니었다. 일단 공항에서부터 어긋나고 말았다. 독일철도패스를 구매하기 위해 인포메이션 센터를 찾았지만 도통 찾을 수가 없었다. 공항 데스크에 물어봐도 저먼레일패스(German Rail Pass)라는 말을 처음 들어본다는 표정이었다. 일단 시내로 나가기로 하고 우여곡절 끝에 셔틀을 얻어탈 수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도착한 제2터미널에서도 마찬가지의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3. 감격적으로 구입한 독일철도패스
제2터미널에는 독일철도를 의미하는 ‘DB’ 마크가 선명하게 달려있었다. 그렇다면 여기서는 독일철도패스를 구입할 수 있다는 의미이리라. 그런데 사람마다 말이 달랐다. 이리로 가랬다 저리로 가랬다 아랫층으로 내려가랬다… 결국, 인포메이션을 찾아 프랑크푸르트의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프랑크푸르트 카드(19유로)를 사고 지하 3층에서 우연히 발견한 DB티켓오피스에서 독일철도패스를 구입할 수 있었다.(성인 1등석 트윈 4일권 2매 798유로)
4.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으로 출발
독일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절차인 철도패스도 구매하고 프랑크푸르트 카드도 구매하니 일단은 한숨을 놀 수 있었다. 이제부터는 프랑크푸르트를 비롯한 독일 전역을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숙소부터 찾아야 하므로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으로 향하는 게 우선이었다. 다음날 묵을 민박집에 짐을 맡기고 야간열차로 베를린으로 떠날 계획이었다.
5. 작센하우젠을 찾아서
프랑크푸르트 민박집(고향민박)은 중앙역 가까이에 있었다. 도착한 시각이 8시를 넘겼으므로 민박에서 제공하는 저녁식사는 이미 마감한 상태. 내일 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짐만 맡긴 채 프랑크푸르트의 먹거리 명소라는 작센하우젠을 찾아 나섰다. 민박집 앞에서 트램을 타고 강 건너서 갈아타라는 말만 듣고 나섰는데 그만 다른 차를 타고 말았다. 건너서 반대편으로 타야 하는데 같은 방향으로 타고 만 것이다.
6. 작센하우젠 맛집 아돌프 바그너
베를린행 야간열차를 타려면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이 아니라 남역으로 가야 하는데 작센하우젠이 바로 그 앞에 위치하고 있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남역을 찾아 헤매지는 않아도 되는 셈이었다. 이리저리 기웃거리다 아돌프 바그너라는 곳으로 들어갔는데 나중에 보니 민박집에서 추천하는 맛집이었고 독일여행 책에서도 추천한 맛집이더라는. 독일에서의 첫 만찬은 그렇게 사과주와 함께 시작되었다.
7. 프랑크푸르트 남역에서
식사를 하고 작센하우젠 거리를 걸으니 분당 정자동 카페거리가 생각날 정도로 거리마다 카페가 가득했다. 더 걷고 싶었지만 차가 언제 끊길지 몰라 남역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남역 안에 있는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맥도날드는 24시간 영업하므로 00시 50분발 야간열차를 기다리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다만 2층을 개방하지 않아 1층 좌석이 협소하므로 다소 눈치가 보인다는 점은 감수해야 한다.
8. 베를린행 야간열차를 기다리며
프랑크푸르트에서 베를린까지는 고속열차인 ICE를 타고도 4시간 반정도 걸리기에 야간열차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으로 보였다. 그렇지 않으면 오다가다 시간을 다 보내 베를린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촉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전에 인터넷으로 쿠셋 4인실을 예매했기에 그나마 여유가 있었다. 맥도날드에서 나와 플랫폼으로 들어서니 밤 공기가 생각보다 차다. 과연 베를린까지 잘 다녀올 수는 있을까? 걱정이 앞서는데…
(2부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