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시험에 빠지지 말게 하시고…
독일을 여행하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이런 말이 절로 나온다. 운이 좋으면 공짜로 이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근데 그 운이 꽤나 확률이 높아 보인다. 차표를 검표하는 차장도 없거니와 운전사도 차표에 대해서는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다. 순전히 승객의 양심에 맡기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차비를 내는 사람만 손해일 것만 같다. 이래도 되는 걸까.
이런 위험한 유혹에 빠지게 만드는 독일의 검표 시스템(?)은 버스나 트램뿐만 아니라 시내 지하철과 장거리 기차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처럼 개찰구가 아예 없다. 그야말로 프리패스다. 기차의 경우에는 차장이 돌아다니면서 검표를 한다지만 지하철은 무방비 상태다. 정말 표를 사서 다니는 사람이 있기는 한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승객의 양심을 믿어주는 좋은 나라 같기도 하고 니들이 알아서 하라는 무책임한 나라 같기도 하다.
물론 우리는 여행 중에 무임승차를 하지는 않았다. 독일의 모든 철도를 이용할 수 있는 독일철도패스를 샀고 바이에른의 모든 도시의 교통 편을 이용할 수 있는 바이에른 티켓을 샀으며 프랑크푸르트 카드와 베를린 웰컴 카드 그리고 하이델베르크 카드까지 모두 사서 다녔다. 이러한 티켓들은 해당 지역의 모든 교통수단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그러니 별도의 차비를 낼 필요 없었다.
그러다 딱 한 번 무임승차를 한 적이 있다. 로텐부르크에서 프랑크푸르트로 돌아온 날 뢰머 광장에 갔다가 오는 길에서였다. 독일철도패스로 트램까지 이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탔는데 독일철도패스로는 U-Bhan만 무료일 뿐 트램을 이용할 수가 없었다. 그게 우리의 유일한 탈선이었다. 물론 걸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현지에 오래 있다 보면 무임승차 유혹에 끊임없이 시달리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검표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자주 있지 않을 뿐 하기는 하는 모양이었다. 8일간 머무르면서 지하철에서 검표하는 모습은 딱 한 번 봤다. 그것도 마지막 날 공항으로 가는 지하철에서였다. 그래도 모든 승객을 대상으로 검표하는 것은 아니었고 의심스러운 사람만 표적 검사를 하는 듯했다. 그러니 재수 없어서 걸렸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그렇게 걸리면 당연히 벌금을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