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를 좋아하건 그렇지 않건 상관없이 뮌헨에 가면 꼭 들러야 하는 곳이 있다. 맥주에 취하기 위해서도 그렇고 분위기에 취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옥토버 페스트(Octoberfest, Oktoberfest)가 열리는 계절이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마리엔 플라츠 뒤편에 자리 잡고 있는 500년 전통의 호프브로이하우스(Hofbräuhaus)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뮌헨 뒷골목을 걷다 보면 다른 곳과 달리 인파로 북적대는 곳과 만나게 될 것이다. 학센바우어(Haxnbauer)보다 뒤편에 위치하고 있다. 초저녁 입구에서부터 술에 취하고 흥에 취한 사람들로 가득하므로 도대체 뭐하는 집일까 싶은 호기심을 누르기 어렵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묘한 분위기에 이끌려 들게 만드는 곳이다.
한 발자국만 더 들여놓으면 그곳은 또 다른 별천지가 펼쳐진다. 밖에서는 상상하지 못 했던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강한 이유에서다. 마치 또 다른 나라, 또 다른 도시, 또 다른 세계로 들어온 기분이다. 아예 바깥세상하고는 단절된 생각마저 들게 만든다. 그렇다. 이곳은 맥주의 나라이자 맥주의 도시이고 맥주의 세계이다. 그야말로 ‘웰컴 투 비어월드’인 셈이다.
입구에서도 그랬지만 실내로 들어서면 그 분위기에 압도되어 입이 떡 벌어지게 된다. 규모가 어마어마기 때문이다. 밖에서는 상상하지도 못 했던 크기였으니 들르지 않은 사람들은 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이곳에서는 누구나 친구가 되기도 한다. 술의 힘이기도 하겠지만 호프브로이하우스 만의 매력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국적과 인종과 나이를 내려놓고 술친구가 되는 셈이다.
그런 이유로 술이 아니라 관광을 위해 들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술이 아니라 분위기에 취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그 정도로 많은 인파가 붐비는 곳이다 보니 가이드 책자에서는 ‘혼잡하므로 소매치기를 당하지 않도록 주의’하라며 당부하고 있기도 하다. 로마에 있는 바티칸을 시국(City State)이라고 하듯이, 호프브로이하우스도 뮌헨 안에 있는 시국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듯싶다.
호프브로이하우스를 대표하는 명물 가운데 하나는 저녁 내내 흥겨운 리듬을 뿜어내는 6인조 브라스 밴드다. 그 리듬에 맞춰 누구는 손뼉을 치고 누구는 춤을 춘다. 가볍게 흔드는 어깨춤이 아니라 홀을 휘저을 정도로 격렬한 춤이다. 어느 정도 술도 올라왔겠다 분위기도 달아올랐겠다 체면일랑 벗어던지고 리듬에 몸을 맡긴다. 이방인이 카메라를 드리대자 웃으며 가볍게 포즈를 취해준다. 그만큼 몸(?)도 마음도 넉넉해지는 곳이다.
호프브로이하우스의 대표 맥주는 호프브로이 둔켈(HB Dunkel)이라는 흑맥주로 가격은 7.6유로다. 특이한 것은 기본 단위가 1,000cc 즉, 1리터라는 점이다. 검은색의 거대한 맥주잔이 인상적이면서도 위압적이다. 묘한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킨다. 남자라면, 뮌헨에 왔다면 이 정도는 거뜬히 마셔줘야 한다며 호기를 부릴 만도 하다. 500cc짜리 뮌헤너 바이스(Münchener Weiße)는 3.95유로다.
하지만 호프브로이하우스의 맥주맛을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워낙 사람이 많은 데다 종업원들마저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 탓이다. 가까이에 있는 종업원을 불러도 들은 체하지 않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자기 구역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었다. 한참을 기다리면 불현듯 담당자가 나타나기는 하니 마음 졸이지 말고 그저 분위기를 즐기며 기다리는 게 좋다. 하루에 팔리는 맥주의 양이 1만 리터나 된다고 한다. 1리터짜리 환산하면 만잔이다.
1589년 빌헬름 5세에 의해 설립되었고, 1830년부터 일반인들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히틀러가 나치스의 전신인 독일 노동자 집회를 이 맥주 홀에서 열었으며, 직접 연설을 했다고 전해진다. 1층은 독일식 전통 맥주 하우스로, 또한 2층은 저녁 식사를 겸해서 일반인들이 사교춤을 출수 있는 무도회장으로 각각 이용되고 있다는데 2층은 가보지 못 했다.
독일에서 가장 높은 산인 추크슈피체에 갔다가 밤 11시 가까운 늦은 시간에 들렀었는데 재미있는 것은 근처에서 십여 명의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낯이 익다는 점이다. 이십 대 초중반의 대학생들로 보였는데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다름 아닌 ‘마셔라~ 마셔라~’하는 떼창이었다. 그들 나름대로 술내기를 하는 중이었나 보다. 그런 내기는 호프브로이하우스가 아니어도 될 텐데 굳이 여기까지 와서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든다.
無頂
2017년 2월 2일 at 7:29 오전
그 곳에 가면
맥주도 마시고
분위기도 감상하며
좋은 여행이 될것 같습니다. ~~^^
journeyman
2017년 2월 2일 at 2:46 오후
뮌헨에서의 일정이 짧았지만 이곳을 안 다녀왔으면 후회했을 듯합니다.
koyang4283
2017년 2월 2일 at 9:12 오전
예전에 북창동에도 ‘호프브로이하우스’라는 생맥주 집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명동의 ‘카이젤호프’ ‘뢰벤브로이’ 등과 함께 맥주 매니아들의 명소였었지요. 독일의 맥주 하우스는 대체로 정말 대중적이지요. 그래서 보기에 ‘거대’합니다. 20여년 전 하이델베르크의 어느 맥주 집에서도 첫 느낌은 정말 ‘거대’하구나하는 것이었지요. 서울 테헤란로 인근에도 그런 맥주집이 있는 걸로 기억합니다. 어느 해 10월 ‘옥토버페스트’ 때 한 번 가본 기억이 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journeyman
2017년 2월 2일 at 2:49 오후
독일을 열흘 동안 돌아다니면서 내내 맥주를 끼고 살았습니다.
독일맥주가 맛있기도 하지만 물보다 싸니 물을 사먹을 바에야 맥주를 집어들게 되더군요.
종로에도 옥토버훼스트라는 호프집이 있습니다.
종로뿐만 아니라 강남, 서초, 삼성, 청주 등 5개 지점이 있다고 하네요.
종로점에 가봤는데 나름 독일식으로 꾸며놓아서 느낌은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