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알프스라고 할 수 있는 추크슈피체에서 돌아오면서 반가운 메뉴를 하나 발견했다. 뮌헨 중앙역 안에 마련되어 있는 간이 장터에서 김밥을 발견한 것이다. 매일 빵과 치즈만 먹다 만난 쌀밥이었으니 군침이 돌 만도 했다. 그런데 웬걸. 생김새가 요상하다. 흔히 말하듯 김밥인 듯 김밥 아닌 김밥 같은 김밥이라고나 해야 할까. 김밥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빈약했고 김밥이 아니라고 하기에는 김밥 모양새를 갖추고 있기는 했다.
아쉬운 일이지만 뮌헨 중앙역에서 파는 김밥은 한식이 아니라 일식이었다. 모양도 작거니와 무엇보다 김밥 속의 내용물이 대단히 부실했다. 그나마도 한 줄이 아니라 반줄이었다. 심하게 말하면 손가락 하나 정도 크기였다. 그러고도 가격은 무려 2.2유로였다. 김밥과 함께 판매하는 도시락의 이름 역시 벤또(Bento-boxen)였다. 안 봤으면 모르되 일단 보고 나니 식성이 강하게 일었다. 어디 김밥천국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그럼 맛은 어떨까? 워낙 작고 속에 들은 것도 많지 않기 때문에 강한 맛에 익숙해 있는 우리 입맛으로는 그저 밋밋하기만 하다. 시금치도 씹혀야 하고 단무지도 씹혀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하다. 소시지 맛도 나야 하고 계란 맛도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무늬만 김밥인 셈이다. 적지 않은 가격을 생각하면 괘씸하기까지 하다. 다시 또 김밥천국 생각이 간절해진다.
뮌헨 중앙역은 재미난 곳이다. 그야말로 간이 장터와 다름없다. 없는 것만 빼고 다 있을 것만 같다. 플랫폼 바로 앞에 각종 편의시설과 매점들이 즐비하니 기차에서 내려 멀리 갈 것도 없이 역 안에서 간단히 장을 봐도 되겠다 싶다. 하지만 그만큼 유혹도 많은 곳이다. 쇼핑에 정신 팔려 넋이라도 놓고 있다가는 떠나는 기차 뒤꽁무니만 멍하니 바라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정말이다.
cecilia
2017년 2월 6일 at 6:31 오후
빠리에 K-mart 라는 한국 식품점에 가면 야채 김밥 한줄에 4유로 50센트입니다.
물가가 너무 비싸니까 그것도 싸다고 생각했는데 한국물가 대비하면 비싼것이군요.
보통 빠리에서는 식당에 가면 최하가 15유로는 있어야 하고 샌드위치도 5유로 이상이니까요.
journeyman
2017년 2월 8일 at 2:44 오후
그러고 보면 한국이 살기 좋은 곳이기는 해요.
외국인 시각으로는 짜장면 한 그릇도 무료 배달해주는 것조차 놀랍다면서요.
유럽은 가격도 가격이지만 서비스가 정말 엉망이에요.
나름대로 분석해보니
한국에서는 “내가 사니까 니가 장사해먹는 거다”가고 생각하는 거 같고
유럽에서는 “내가 파니까 니가 사서 먹을 수 있는 거다” 생각하는 듯합니다.
재미있는 차이인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