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레일바이크는 아무나 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큰맘 먹고 경상북도 문경까지 내려가야만 했던 이유에서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렇지 않다. 문경 레일바이크가 호황을 누리면서 전국 어디에서나 손쉽게(?) 타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강원도 정선을 비롯해서 곡성, 삼척, 평택, 대천, 여수, 아산 등 전국적으로 14곳에서 운행하고 있고 원주 외에도 4곳에서 예정되어 있기도 하다.
그중에서 수도권에서 가장 수월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는 양평과 강촌이 있다. 양평 레일바이크는 중앙선 용문과 원덕 구간으로 3.2km(왕복 6.4km) 폐철로에 2010년 5월 3일부터 개장되어 운영 중이고 강촌 레일바이크는 경춘선 폐철로를 이용해서 2012년 8월 10일 개통했다. 양평 레일바이크는 왕복 코스이지만 강촌 레일바이크는 강촌역 출발과 김유정역 출발 등 편도(8km)로 되어 있다.(경강역 출발은 7.2km)
강촌 레일바이크는 김유정역에서 이용하는 게 더 낫다. 코스가 내리막길이기 때문에 강촌이나 경강에서 오는 것보다 수월하기 때문이다. 가격은 양평 레일바이크의 경우 2인승 20,000원에 4인승 29,000원이고 강촌 레일바이크는 2인승 25,000원에 4인승 35,000원으로 양평보다 조금 더 비싸다. 운행 횟수는 오전 9시부터 하절기 5회(17시 막차), 동절기 4회(15시 막차)만 운행한다.
강촌 레일바이크가 특별한 것은 김유정역에 있는 레일파크 때문이다. 김유정역 오른 편에 위치하고 있는 레일파크는 단순히 레일바이크 탑승을 기다리고 이용하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책 세상에 들어온 듯한 착각에 빠지도록 만드는 책 테마파크로 꾸며져 있다. 쉼터이면서 동시에 문화 공간인 셈이다. 소설가의 이름으로 만든 역다운 참신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김유정역 레일파크는 거대한 도서로 둘러싸여 있다. ‘원본 김유정 전집’을 시작으로 김소진의 소설 ‘자전거 도둑’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책들이 빽빽이 꽂혀있다. 분위기에 앞도 되어 아무 책이나 뽑아서 읽어야만 할 듯한 분위기다. 그 사이에 간이매점과 커피숍이 있어서 배를 채우거나 목을 채울 수 있고 야외 테이블에 앉아 레일바이크 탑승할 때까지 대기할 수 있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북카페다. 하지만 말이 북카페지 지켜보는 이 아무도 없으니 사실상 무인 도서관인 셈이다. 입구에 ‘Cafeteria in the book’이라고 쓰여있는데 이게 책 속에 있는 양식이라는 의미인지 아니면 음식을 갖고 들어와서 먹어도 된다는 말인지 다소 헷갈리게 만든다. 그래도 깔끔하고 분위기도 좋아서 책 읽기에는 좋은 환경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레일바이크 탑승이 시작될 즈음이면 이용자들의 소음과 안내 방송으로 상당히 부산스럽다. 그러나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정적이 찾아오는데 이때 차 한잔 마시면서 책을 읽으면 좋다. 책장에 비치되어 있는 책들은 기증으로 마련한 듯한데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라는 책 안쪽에는 ‘소중한 마음을 담아 빠바기 님께 드립니다’라는 글귀가 남아있었다. 새 책에서는 느낄 수 없는 누군가의 인간미라 하겠다.
그렇다고 레일바이크 이용자들에게만 개방된 곳은 아니다. 누구나 들러 쉬면서 책을 볼 수 있다. 내 경우에도 혼자 경춘선 타고 김유정 역에서 내려 김유정 문학촌과 실레 이야기길을 돌아보고 오는 길에 들러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함께 가볍게 몇 줄 읽어볼 수 있었다. 만일 책장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찾을 수 없었다면 자신의 책을 준비해와도 좋겠다.
無頂
2016년 9월 26일 at 6:49 오후
레일 바이크 탈려고 매표소에서 표를 구매할려 했더니 연세가 있어 힘들어서 못 탄다고 해서
무심한 세월만 탓하고 왔습니다.ㅎㅎㅎ
journeyman
2016년 9월 27일 at 7:06 오후
김유정역 레일바이크는 내리막길이 많아 상대적으로 수월했었는데
양평 레일바이크는 돌아오는 길이 언덕이라 무척 힘들었습니다.
아드님이나 손주와 같이 가시면 타보실 수 있을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