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에 가서 멸치회가 아니라 멸치쌈밥을 먼저 먹었던 것은 아침이므로 간단히 먹자는 의미도 있었지만, 일행 중에 회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일원이 있기 때문이었다. 멸치쌈밥을 먹어보고 괜찮으면 멸치회까지 먹어볼 생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멸치쌈밥이 그다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멸치회에 대한 아쉬움만 더 커지도록 만든 게 사실이었다.
그런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던 것은 다음날 통영에서 맛보기로나마 멸치회를 먹어볼 수 있어서였다. 남해에서 건너와 ES리조트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서울로 출발하기 전 들른 중앙횟집에서였다. 맛집이라고 소개받아 간 곳은 아니었고 중앙시장에서 눈에 띄는 곳으로 찾아 들어간 집이었는데 나름대로 정갈하고 깔끔하게 먹을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상가 2층에 있는 중앙횟집은 인근에서 횟감을 떠와도 된다. 그러나 회를 잘 아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더 싸게 먹는 것도 아닐 터이니 그냥 횟집 메뉴를 주문하기로 했다. 모듬회의 경우 大자가 7만원이었다. 기본 반찬이 깔리는데 이 중에 멸치회가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회라기보다는 회무침이라고 해야 정확할 것이다.
회를 즐겨 먹는 사람들은 모듬회을 주문하지 않는다고 한다. 자투리가 나올 가능성이 큰 탓이다. 그렇지만 어쩌다 먹게 되는 입장에서는 여러 종류를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모듬회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이번에 주문한 모듬회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이 집의 특징은 회가 정갈하지 않고 뭉텅이로 나온다는 점이다. 막회라고 할 수 있겠다. 바닷가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럼 멸치회(또는 멸치회무침)의 맛은 어떠했을까? 멸치쌈밥을 먹을 때 멸치에서 생선 맛이 난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했는데 멸치회 역시 멸치에서 회무침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맛이 새콤달콤하여 역시 멸치쌈밥 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을만했다. 다만 많은 양은 아니었고 맛보기 정도였기에 다 먹고 나서는 입맛을 다셔야 했다는 점은 아쉬운 일이었다.
데레사
2016년 10월 25일 at 9:18 오후
저도 입맛 다십니다. 냠냠하고요.
서울에서는 좀체 먹을 기회가 없어서 좋아하면서 못 먹은지가
꽤 오래 되었거든요.
통영 중앙시장 뒷쪽 골목 어디에서 도다리 쑥국을 먹은 적이
있는데 맛이 일품이던데요.
오히려 이름난 집보다 시장 안이나 그 부근의 허름한 가게가 더 나을때도
많더라구요.
journeyman
2016년 10월 26일 at 6:38 오후
떠나기 전에 데레사님께 자문을 구할 걸 그랬네요. ^^
특산물은 그 지방에 가서 먹어야 제맛인 듯합니다.
서울에서는 그 맛이 안 느껴질 거 같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