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아내와의 여행을 준비하면서 멀리 청도까지 가기로 마음먹었던 것은 와인터널에서 와인을 맛볼 수 있고, 프로방스에서 산타 마을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과 아울러 태어나서 처음으로 소싸움을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지난 2006년에 완공된 청도 소싸움경기장에서는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마다 오전 11시 30분부터 10경기씩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청도로 향했다.
아내와 소싸움 경기장을 찾은 날은 토요일 오전이었다. 이미 주차장은 소싸움 경기를 보러 온 차량들로 가득했는데 그 외에도 관광버스를 타고 들른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청도의 대표적인 관광지라고 하면 와인터널과 프로방스, 그리고 소싸움 경기일 테니 단체 손님들의 필수 코스라고 할 수 있겠다. 청도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축제도 매년 4월에 열리는 ‘청도 소싸움 축제’가 아니던가.
실내 체육관처럼 만들어진 소싸움 경기장은 천장을 지붕으로 덮지 않고 천막으로 덮은 형식이어서 별도의 조명이 필요하지 않았고 분위기는 더 좋아 보인다. 관중석은 1층과 2층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첫 번째 경기라서 그런지 아직은 그리 많은 관중이 모이지는 않은 상태였다. 다른 경기와 달리 실내 아나운서가 경기를 중계해 주고 전광판으로 경기를 지켜볼 수 있는 시설도 마련되어 있다.
소의 어깨에는 빨간색과 파란색의 점이 찍혀 있는데 각각 홍샅바와 청샅바를 의미한다. 첫 경기 홍샅바의 주인공은 비사이고 청샅바는 한돌이라는 녀석이다. 경기가 시작되면 진행요원들이 소리를 지르며 화이팅을 주문하는데 그러면 서로 눈치만 살피던 녀석들이 뿔을 맞대고 본격적인 기세 싸움에 들어서게 된다. 일반적으로 싸움이라고 하면 개싸움이나 닭싸움처럼 치고받는 투기를 연상하게 마련이지만, 소싸움은 지구력 싸움이다.
물론, 뿔로 들이받아 상처를 입히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피가 나기도 하지만 소싸움은 씨름보다는 스모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머리를 맞댄 채 힘으로 밀어붙여 승부를 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무래도 단시간에 승부가 나지는 않는다. 권투에서도 가벼운 체중의 플라이급은 경기가 활기찬 반면 무제한급인 헤비급으로 갈수록 무시무시한 한 방이 있으므로 신중해지지 않던가.
싸움에서 내기가 빠질 수는 없는 법. 소싸움도 경마나 경륜처럼 배팅을 걸 수가 있는데 경기장 입구에 출전표가 배치되어 있으므로 참고해서 배팅하면 된다. 배당률에 관한 정보는 경기장 전광판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경기장 바로 옆에는 청도 소싸움에 대한 이해를 높여줄 청도소싸움 테마파크가 있으므로 들렀다 가면 좋겠다. 다만, 우리가 갔을 때는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내부 수리 중이라 들어갈 수 없었다는 점은 아쉬운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