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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고흐의 해바라기를 보러간 뮌헨 미술관에는 - Journeyman이 바라본 세상
고흐의 해바라기를 보러간 뮌헨 미술관에는

노이에피나코테크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한때 장안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아이스크림 광고 문구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골라 보는 재미가 있다’로 응용해도 될 듯하다. 박물관 섬이 있는 베를린도 그랬지만 뮌헨에도 미술관들이 나란히 이웃해 있기 때문이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모든 박물관과 미술관을 돌아봐도 좋겠지만 그렇게 여유 있는 여행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골라서 볼 수밖에 없겠다.

뮌헨의 미술관은 시대에 따라 나뉜다. 하나는 고전 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알테 피나코테크(Alte Pinakothek)이고 다른 하나는 중세와 근세 미술을 간직한 노이에 피나코테크(Neue Pinakothek)이며 나머지 하나는 근현대 미술의 피나코테크 데 모데른(Pinakothek der Moderne)이다. 다시 말해서 라파엘로나 렘브란트는 알테 피나코테크, 고흐나 고갱은 노이에 피나코테크, 피카소나 칸딘스키는 모던 피나코테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들 미술관을 모두 돌아보려면 시간도 시간이지만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게 된다. 성인 기준으로 알테 피나코테크와 노이에 피나코테크가 각각 7유로씩이고 모던 피나코테크는 10유로 입장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저렴하게 관람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일요일이면 뮌헨의 모든 미술관과 박물관의 입장료가 불과 1유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권만 보여주면 미성년자는 무료이기까지 하다.

그중에서 우리가 향한 곳은 노이에 피나코테크였다. 이유는 단 하나, 고흐(Vincent van Gogh)의 ‘해바라기(Sunflowers)’를 보기 위해서였다. 프랑스 남부 아를로 거처를 옮긴 고흐는 고갱과 함께 작업하기를 기대하면서 고갱을 위해 작은 집을 빌려 노란색으로 페인트를 칠한 후 해바라기 꽃을 그린 그림으로 장식하였는데, 이 작품은 그때 그려진 ‘해바라기’ 연작 가운데 하나로 고흐에게 ‘태양의 화가’라는 호칭을 안겨주었다.

‘노이에 피나코테크’는 ‘새로운 미술관’이라는 의미다. 그리스어 피나코테케(pinakotheke)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미술관에는 가방을 들고 들어갈 수 없으므로 아래층에 맡겨야 한다. 미술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찬찬히 뜯어보련만 미술 상식이 부족하다 보니 지나가면서 훑어보는 데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교과서에서 본 고흐와 고갱의 그림은 반갑더만.

여러 작품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햇볕이 잘 드는 독방을 혼자서 차지한 채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조각상이었다. 호이어(Wolf von Hoyer)의 1842년 작 ‘프시케(Psyche)’였다. 그리스어로 ‘영혼’ 또는 ‘나비’를 뜻하며, 영어로는 ‘사이키’로 읽는다.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밀로의 비너스의 경우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도록 보호줄이 있는 반면 아무런 제한이 없는 프시케는 가까이에서 얼마든지 바라볼 수 있었다.

프시케는 왕국의 세 공주 가운데 막내였다. 미모가 빼어났기에 미의 여신 비너스(그리스신화의 아프로디테)의 질투를 받았다. 비너스는 아들인 ‘사랑의 신’ 큐피드(그리스신화의 에로스)로 하여금 프시케를 이 세상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사람의 품에 안기게 하라고 시켰다. 그러나 큐피드는 프시케의 미모에 반해 부부가 되었고 프시케에게 완전한 어둠 속에서만 만날 수 있으며, 자신의 모습을 보려고 하면 영원히 헤어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한편 동생을 시기한 두 언니는 프시케에게 남편이 괴물일지도 모르니 밤에 그의 얼굴을 확인해 보라고 부추겼다. 마음이 흔들린 프시케가 등불을 밝히고 살펴보니 침상에서 잠자는 사람은 바로 아름다운 사랑의 신이었다. 이때 등불의 기름이 어깨에 떨어져서 잠에서 깨어난 큐피드는 프시케의 불신(不信)을 꾸짖고는 떠나버렸다. 프시케는 남편을 찾아 각지의 신전(神殿)을 돌아다니다가 비너스가 있는 곳에 이르렀다.

비너스는 프시케에게 여러 종류의 곡식이 섞인 곡식더미를 하룻밤 사이에 한 알씩 가려내라거나, 황금으로 된 양털을 가지고 오라는 등의 시련을 주었다. 비너스는 프시케가 갖가지 시험을 통과하자 하데스의 아내이자 지하 세계의 여왕인 페르세포네의 처소로 가서 아름다움이 담긴 상자를 가져오라고 시켰다. 상자를 손에 넣은 프시케가 호기심에 상자를 열자 그 안에 들어 있던 죽음의 잠이 프시케를 뒤덮었다.

이때 큐피드가 나타나 프시케를 구출하고 주피터(그리스신화의 제우스)에게 어머니 비너스를 설득하여 노여움을 풀어 달라고 간청하였다. 주피터는 비너스에게 이들의 결합을 설득하였고 마침내 비너스도 둘의 결혼을 허락하였다. 프시케는 신들의 음료인 넥타르를 마시고 불로불사(不老不死)의 생명을 얻었으며, 큐피드와의 사이에서 희열을 상징하는 볼룹타스라는 딸을 낳았다.

파리 루브르에 비너스가 있지만 노이에 피나코테크에서도 비너스를 만나볼 수 있다. 루브르에 있는 밀로의 비너스가 양팔이 모두 잘려나간 데 비해서 토르발센(Bertel Thorvaldsen)의 비너스(Venus mie dem Apfel: Venus with the Apple)는 오른손에 사과를 들고 있다. 밀로의 비너스도 마찬가지로 사과를 들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밀로의 비너스는 반라인데 반해 토르발센의 비너스는 전라라는 차이도 있다.

노이에 피나코테크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작품 하나하나를 일일이 감상하려고 하면 아마도 다른 미술관은 고사하고 노이에 피나코테크 하나만 돌아보기도 힘겹지 않을까 싶다. 가이드 책에 의하면 구스타프 클림트의 소품 ‘음악’이나 에곤 실레의 ‘고통’은 꼭 봐야 할 작품이라며 소개하고 있다. 다만 어디쯤 전시되어 있을런지 찾는 것은 순전히 개인의 몫이다…

4 Comments

  1. 산고수장

    2017년 1월 12일 at 10:03 오전

    제가 여기를 가서 보고 썼다면 이런 글을 썼을까?
    하는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해박한 많은 지혜로 쓰신 글들을 읽었습니다.
    세계적인 예술가들을 배출한 독일,
    남긴 예술작품들을 보관도 잘하는것 같습니다.

    • journeyman

      2017년 1월 13일 at 1:22 오후

      과찬의 말씀에 몸둘 바를 모를 지경입니다.
      감사합니다.

  2. 데레사

    2017년 1월 12일 at 10:16 오전

    박물관에 가서 원하던 작품을 인파에 밀리고
    시간에 쫓겨 못 보고 나올때는 정말 속상하더라구요.

    개인적으로 크림트를 좋아하는데 비엔나에서는
    크림트전시괁을 들리지도 못하고 가게에서
    키스의 조각품만 하나 샀습니다. ㅎ

    • journeyman

      2017년 1월 13일 at 1:23 오후

      저는 모나리자가 그랬어요.
      루브르에 갔을 때 사람은 바글바글하고 그림은 조그맣고.
      뒤에서는 제대로 보기도 힘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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