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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시작부터 험난했던 백조의 성으로 가는 길 - Journeyman이 바라본 세상
시작부터 험난했던 백조의 성으로 가는 길

퓌센

 

설마 했다. 설마 독일 같은 선진국에서 여행자 뒤통수 때리는 일이 생길까 싶었다. 하지만 어디에서든 방심은 금물이었다. 정신 똑바로 챙기지 않아서 생기는 낭패는 전적으로 자기 자신이 책임져야 할 일이었다. 프시케의 눈부신 여체를 감상할 수 있었던 노이에 피나코테크에서 나와 뮌헨 중앙역으로 향했다. 백조의 성으로 유명한 노이슈반슈타인 성(Schloss Neuschwanstein)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뮌헨에서 노이슈반슈타인 성이 있는 퓌센(Fussen)까지는 약 2시간 정도 걸린다. RB나 RE를 타고 가는데 우리식으로 하면 무궁화호와 통일호 사이 정도 되지 않나 싶다. 뮌헨 중앙역에 도착해서는 먼저 바이에른주의 모든 교통수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바이에른 티켓을 끊고 열차 시각표까지 확인해야 한다. 독일은 자동판매기에서 열차번호와 시각, 그리고 플랫폼 번호까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하지만 절대 안심하면 안 된다. 고속열차인 ICE가 아닌 이상 연착하는 경우도 많고 플랫폼이 갑자기 변경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타야 할 기차가 연착할 경우 환승 기차를 못 타게 될 수도 있으므로 상당히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 기차가 연착하거나 플랫폼이 바뀌었을 경우 안내 방송이 나오기는 하지만 영어도 아닌 독어이므로 알아듣기 쉽지 않다. 차라리 전광판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방법이 더 낫다.

퓌센으로 갈 때도 그랬다. 지정석이 아닌 자유석이므로 좌석을 차지하기 위해 비교적 앞쪽 대기 줄에 서 있었는데 사람들이 갑자기 다른 곳으로 우르르 몰려가는 게 아닌가. 처음에는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는데 전광판을 보니 퓌센행 기차의 플랫폼이 바뀌어 있었다. 그런데 한 10여 분 정도 남겨놓고 갑자기 바뀌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놓치기 십상이었다.

문제는 또 있다. 줄이 헝클어졌으므로 좌석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대기 줄이 무너졌으므로 당연히 좌석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좋고 나쁜 좌석을 고를 수도 없고 무작정 빈자리부터 찾아 앉고 볼 일이다. 갈 때에 비하면 올 때는 상당히 수월한 편이다. 좌석도 널널한데다 유명 관광지에 대한 숙제를 무사히 끝마쳤으므로 마음도 여유롭다.

퓌센 역에 내리면 또 한 번의 전쟁이 치러진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서다. 독일에까지 와서 콩나물 버스를 타게 되리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했지만 유명 관광지에서야 어쩔 수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런 저런 불평도 잠시 노이슈반슈타인성이 보이는 광장에 도착하면 그 모든 게 감사로 바뀐다. 기차도 버스도 여기에 데려다주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노이슈반슈타인성으로 올라가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가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셔틀버스를 타는 방법이며 마지막 방법은 걸어서 올라가는 방법이다. 마차의 경우 10유로씩 내야 하는 금전적인 부담뿐만 아니라 정원(12명)이 모두 차야 떠난다는 단점이 있었다(우리 식으로 하면 총알택시 방식). 버스는 가장 무난한 방식이지만 또다시 콩나물시루를 경험해야 한다.

걸어서 올라가는 방법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이미 오전에 노이에 피나코테크에 다녀오느라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또다시 줄 서서 셔틀버스에 몸을 실어야 했고 버스는 아슬아슬한 고갯길을 곡예하듯이 올라간다. 이제껏 사고는 없었던 듯하나 버스에 서서 창밖을 보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짜릿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4 Comments

  1. 無頂

    2017년 1월 13일 at 5:45 오후

    독인은 좌석제가 아닌가요?
    스위스에서 프랑스 올때는 좌석 번호제 이던데요 ~~^^

    • journeyman

      2017년 1월 16일 at 3:01 오후

      독일에도 기차 등급이 있는데
      주를 넘어다니는 TGV와 달리
      바이에른 주 교외로 나가는 기차 중에는 비지정석도 많더군요.
      나름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2. 초아

    2017년 1월 13일 at 11:12 오후

    전 이 글을 읽으며, 아주 오래전 시댁 가기위해
    대구에서 새벽기차를 타고, 영천 다시 갈아 타고,
    영주 그리고 또 갈아타고 강원도까지 다녀야했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네요.
    영주에서 잘못 갈아타서 시댁을 가지 못할 뻔한 일도 있었거든요.
    자기 나라에서도 그런데, 하물며 외국에서야 더 하겠지요.
    전 보내준다해도 두려워서 가지 못할것 같습니다.

    • journeyman

      2017년 1월 16일 at 3:03 오후

      낯선 곳에서 기차를 놓치면 정말 끔찍할 거 같습니다.
      그래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서 그랬는지 최악의 경우는 발생하지 않았네요.
      지나고 보면 그런 저런 일들이 다 추억으로 남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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