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치와 맥주에 취할 수밖에 없는 독일 추크슈피체

추크슈피체3

 

드디어 정상에 올라섰다. 해발 2964m이라니 감격이 몰려온다. 1947m 높이의 한라산도 가보지 못한 내가 그보다 1000m나 높이 올라온 것이다. 물론 과학의 힘을 빌리기는 했다. 산악열차에 로프웨이(케이블카)가 아니었으면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상에 오니 바로 아래에 있는 추크슈피츠플라트와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이 맛에 죽어라 오르는구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정상은 로프웨이 승강장보다 조금 더 위에 있다. 그곳에는 금빛의 십자가가 어린 양(?)들을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아쉽게도 아무에게나 허락되지는 않은 땅이다. ‘여기서부터는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팻말이 붙어있을 정도로 험난한 코스이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지만 고소공포증이 있다보니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하다.

가이드 책자에 보니 정상에 서있는 십자가를 붙들고 있는 사진 아래 ‘무의식 중에 십자가에 메달리게 된다’라는 설명을 붙여놓았다. 절묘한 설명이 아닐 수 없다. 고맙게도 날은 맑았으며 추크슈피츠플라츠와 같이 야외 테이블도 준비되어 있었다. 아래에서 입맛만 다셔야 했던 아쉬움을 이곳에서 풀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새삼 반가왔다.

어느 정도 경치를 감상한 후 매점으로 향했다. 사전 정보가 없었던 탓에 메뉴 선정이 쉽지 않았지만 10명 중에 6~7명이 사가는 메뉴가 있어 그걸로 달라고 했다. 소시지와 감자튀김이었는데 물론 맥주가 빠질 수는 없는 일이었다. 독일 맥주의 맛이야 말해 무엇하랴마는 독일에서 천국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올라와 마시는 맥주는 특별한 맛이 있었고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그러는 사이 거짓말처럼 주위가 변해갔다. 언제 맑았던 적이 있느냐는 듯이 갑자기 안개가 밀려들기 시작했고 주위를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짙어져갔다. 그 좋았던 경치는 모두 안개 속으로 숨어들었지만 그로 인해 또 다른 분위기가 펼쳐졌다. 마치 신선 세계로 들어온 양 환상적인 분위기가 연출된 것이다. 서양이니 신선세계가 아니라 올림포스라(Olympos)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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