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말했다. 산에 올라가는 이유는 그곳에 술이 있기 때문이라고. 이는 해외라고 예외일 수 없는 일이다. 산악 열차를 타고 추크슈피츠플라트 역(Zugspitzplatt) 역에 내리면 한여름에도 잔설이 남아있는 추크슈피체를 만날 수 있게 된다. 해발 2600여 미터는 올라오지 않았을까 싶다. 한라산 높이가 1947m이니 그보다 훨씬 더 높이 올라온 것인데도 힘들여 올라오지 않은 탓인지 그다지 실감 나지는 않는다.
추크슈피츠플라트 역에서 내리면 해야 할 일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겹겹이 쌓여있는 산봉우리들을 배경으로 황홀한 추크슈피체의 경치를 사진에 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오른 편에 있는 독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예배당을 둘러보는 것이며 나머지 하나는 호기롭게 맥주를 마시는 일이다. 어디인들 독일 맥주가 맛있지 않겠느냐마는 정상 바로 아래에서 마시는 맥주는 특별하지 않을 수 없겠다.
추크슈피츠플라트 역 바로 앞에는 시원한 풍경을 배경으로 하는 야외 테이블이 놓여 있어서 간식과 함께 맥주를 마실 수 있다. 실내도 있지만 아무래도 맥주는 야외에서 마시는 게 더 맛있어 보인다. 그 모습에 매료되어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든다. 특이한 것은 이 높은 곳에 BMW 자동차가 전시되어 있다는 점이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기가 막히다는 생각이다. 도시에서 보던 느낌과는 또 다르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맥주는 잠시 미루고 일단 예배당으로 먼저 향했다. 독일에서 가장 높은 예배당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기에 결혼식 장소로도 명성이 높은 곳이라고 한다. 규모는 아담했지만 그렇다고 초미니 사이즈는 아니어서 정상적인 집회가 가능한 곳이었다. 정식 혼인 의식이 아니라 조촐한 서약식만이라도 갖는다면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예배당에서 나온 후 두 가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맥주를 먼저 마시고 정상으로 향할 것인가, 아니면 정상에 먼저 다녀온 후 맥주를 마실까 하는 것이었다. 결국, 이번에도 시간적인 여유가 많지 않다 보니 정상에 먼저 다녀오는 게 아무래도 나을 듯싶었다. 여기까지 와서 맥주를 못 마신다는 것도 안타깝지만, 정상을 코앞에 두고도 못 가보는 것도 애석한 일이 아니겠는가.
정상까지는 로프웨이(케이블카)로 이동한다. 비교적 규모가 크기 때문에 많은 인원을 태울 수 있다. 간혹 걸어서 올라가는 사람도 보이는데 우리는 모험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순전히 관광이 목적이므로 본분에 충실하기로 했다. 해발 2964m의 정상임에도 힘 하나 들이지 않고 올라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마침 날씨까지 좋아 우리의 방문을 축복해 주는 듯 보였다(믿거나 말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