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카파도키아에서 가장 억울했던 일은 도통 원근감을 느낄 수 없었다는 점 때문이었다. 광활한 자연환경에 그림처럼 펼쳐진 계곡과 그곳을 가득 메운 동굴 집들이 모두 눈 속에 파묻힌 탓이다.
먼 이국땅에서 평소에는 자주 볼 수 없었던 설경을 볼 수 있었다는 점은 나쁘지 않았지만 카파도키아의 매력마저 그 눈에 가려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점은 너무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비둘기 계곡을 의미하는 피전 밸리도 마찬가지였다. 언덕에 올라서서 계곡 아래를 내려다보면 온통 눈으로 뒤덮여 있을 뿐이었다. 계곡 아래가 어느 정도 깊이인지 가늠하기도 어려웠고 그곳에 가득 찬 동굴들도 어느 정도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저 어제 다녀왔던 괴레메나 파샤바와 크게 다르지 않은 그저 그런 모습들로 보일 뿐이었다.
그러니 억울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신비를 담고 있어야 할 곳이 그저 평범한 곳으로 전락해 버렸으니 아쉽지 않을 수 없다. 그 억울함과 아쉬움에 눈물이라도 날 지경이었다.
비둘기 계곡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유는 계곡마다 촘촘히 들어선 작은 구멍 때문인데 그 구멍들이 비둘기 집이기 때문이란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성화에 쓰일 염료를 주로 비둘기 알껍질에서 얻었다고 하며 비둘기의 배설물은 포토밭의 거름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멀리서 바라보니 계곡 위에는 아직도 동굴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는 듯 보였다. 여건이 허락된다면 한 바퀴 돌아보고 싶었지만 그럴만한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나중에라도 카파도키아에 다시 또 와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긴 것이다.
초아
2017년 2월 23일 at 11:13 오후
억울하고, 아쉽드라도 어쩌겠어요.
다시 또 가야할 이유가 생긴것만으로도
전 부럽기만 합니다.^^
journeyman
2017년 3월 2일 at 11:11 오전
이유가 생기기는 했는데 언제 또 가볼 수 있을지는 알 수가 없는 일이라서 그저 가슴만 앓고 있습니다. ^^
산고수장
2017년 2월 24일 at 7:47 오전
피전 벨리가 스노오 월드가 되버렸군요.
그것이 여행에서 얻은 것이지요.
저는 시카고에서 비를 맞으며 골프를 쳤습니다.
일정이 그렇게 잡혀있으니…
journeyman
2017년 3월 2일 at 11:13 오전
그게 또 여행의 묘미인 듯합니다.
한치 앞을 모르고 나서야 하고 그러다 보면 우연을 만나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