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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도 과연 눈물이라는 게 있을까? 소수의견

“법에도 눈물은 있습니다.”

억울함을 호소하며 무죄를 주장해야 하는 변호사가 했을 법한 말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말은 변호사가 아니라 검사의 주장이다. 사람이 죽었음에도 살인이 아니라 치사를 적용한 것은 아들을 잃은 피고의 안타까운 사정을 감안했기 때문이라는 이유까지 덧붙였다.

지난해 6월 24일 개봉한 영화 ‘소수의견'(2013)은 아들을 비명에 보내고 살인죄로 기소된 남자의 이야기이다. 법과 사회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약자가 그들로부터 보호받기는커녕 오히려 사회적 강자에 의해 바닥으로 내몰리는 현실을 고발한 영화이기도 하다. 원래는 2013년 하반기 개봉 예정이었지만 약 2년가량 연기되었다가 이제서야 빛을 보게 되었다는 사연이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북아현동 철거민 농성 현장에서 두 명의 젊은이가 목숨을 잃는다. 하나는 시위자 박재호(이경영)의 아들 박신우(최수한)였고 다른 하나는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투입된 의무경찰 김희택(노영학)이었다. 둘의 나이는 스무살 남짓. 신우는 열여섯에 불과하고 희택 역시 20대 초반으로 죽기에는 너무 억울한 나이였다. 꽃다운 나이에 자신의 인생을 제대로 피워보지도 못하고 허무하게 꺾어지고 만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시위자 박재호는 의경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다. 억울하게 아들을 잃은 불쌍한 사내지만 엄연히 사람을 죽였으므로 처벌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박재호는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찾아온 국선 변호사 윤진원(윤계상)에게 정당방위에 의한 무죄를 호소하고, 지방대 출신의 근본없는 변호사 윤진원은 힘겨워 보이기는 하지만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거대 권력에 부딪쳐보기로 결심하게 되는데….

20150626

아닌 척하고 있지만 영화는 시종일관 박재호의 무죄를 주장한다. 비록 가해자이기는 해도 그도 역시 피해자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균형적인 시각이 부족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박재호에게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주장이 지나치게 일방적이어서 과연 그럴까 싶은 의문이 들게 만드는 것이다. 그 자리에서 두 명의 젊은이가 목숨을 잃었음에도 영화에서는 한쪽만 지나치게 강조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영화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약자를 최대한으로 불쌍하게 만들기 위해 다른 쪽을 지나치게 흉악하게 묘사한다는 점 때문이다. 사건을 음폐하기 위해 검찰 고위간부가 개입하고 모종의 세력과 결탁관계에 있다는 설정은 흔하다 못해 지겹기까지 하다. 어차피 영화 초반에 사실에 기반한 내용이 아니라고 밝혔으니 조금 더 고상한 이유가 있었어야 하지 않나 싶다.

또한, 정의에 대해서 주장하려고 했다면 박재호에게 버림받은 윤진원 변호사가 살인교사 혐의로 기소된 조구환(김종수)의 변호를 맡아 수사에 혼선을 주고 그 댓가로 두둑한 수임료를 받는다는 설정도 상당히 지나쳐 보인다. 혼자서 정의를 위해 싸워봤자 어차피 세상은 달라지지 않으니 알량한 돈이라도 챙기겠다는 일종의 일탈을 말하고 싶어하는 듯 보이나 그렇게 되면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사건을 조작하는 쪽과 똑같은 속물이라는 사실을 자인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영화 제목은 ‘소수의견’이지만 내용은 제목과 많이 다르다. 도대체 ‘소수의견’이라는 제목이 어디에서 나오게 되었는지 의아하기도 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는 박재호의 편을 들고 있으므로 박재호가 무죄라는 주장은 소수의견이라고 할 수 없다. 배심원단 판결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그가 유죄라는 주장이 소수의견이라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박재호가 받는 3년의 실형이 지나치다는 것일까 아니면 부족하다는 것일까.

배우들의 쓸데없이 과한 오버 연기도 불만스럽다. 신문사 사회부 기자 공수경 역을 맡은 김옥빈은 필요 이상으로 거친 척하는데 전혀 자연스럽지 못하다. 박재호 역의 이경영 역시 이유야 어쨌든 사람을 죽였음에도 양심의 가책을 받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윤진원 변호사와 모종의 거래를 시도하는 차장 검사 역의 윤동환이나 윤진원 변호사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는 검사장 역의 박충선도 어색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영화에서 볼만한 것은 박재호로 하여금 무죄를 받을 수 있도록 뛰어다니는 윤진원과 장대석(유해진) 콤비의 활약이 아니다. 배심원을 설득해야 하는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부분이다. 이 장면에서 유인하 검사 역을 맡은 오연아의 연기가 상당히 눈길을 끈다. 변호인단이 원해서 얻어낸 국민참여재판임에도 불구하고 변호인측보다는 검사측의 주장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는 점도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소수의견(2013)
드라마 | 한국 | 127분 | 2015.06.24 개봉 | 감독 : 김성제
출연 : 윤계상(윤진원), 유해진(장대석), 김옥빈(수경), 이경영(박재호), 김의성(홍재덕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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