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벌로마라는 말이 있다. 중국 당나라 때 어느 나그네가 더운 여름날 길을 가다 밭에서 열심히 일하는 말 뒤에 서서 가혹하게 채찍질하는 농부를 보게 되었다. 안쓰러운 마음에 나그네는 “열심히 일하는 말에게 왜 자꾸만 채찍질을 하는 거요?”하고 물으니 농부는 자고로 말이란 쉼없이 부려야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일만 열심히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 소리에 나그네는 ‘아! 시벌로마(施罰勞馬)’라는 긴 탄식을 내뱉었다고 전해진다.
훗날 이 말은 노는 꼴을 눈 뜨고 보지 못하는 직장 상사들에게 부하 직원들이 들릴락말락하게 읊조리는 형태로 많이 쓰이고 있다고 한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는 실제 이야기가 아닐뿐더러 한낱 웃자고 지어낸 얘기에 불과하다. 비슷한 발음의 욕설 ‘씨발놈아’를 재미있게 각색한 것으로 좋게 말하면 언어유희요, 삐딱하게 말하면 말장난이라 하겠다.
비슷한 말이 없지는 않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가한다는 의미의 ‘주마가편(走馬加鞭)’이 그렇다.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그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노력하도록 다그치는(격려하는) 모습’으로 해석하고 있다. 말에 채찍질하는 것은 같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시벌로마(施罰勞馬)’는 쳐지지 말라는 부정적인 의미이고 ‘주마가편(走馬加鞭)’은 현재에 만족하지 말라는 긍정적인 의미라고 볼 수 있다.
당근과 채찍은 오래도록 사람을 부리는데 있어 상당히 효과적인 무기였다. 자발적인 활동을 이끌어내기도 하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때로는 달콤한 당근이 먹고 싶어서, 때로는 가혹한 채찍을 피하고 싶어서 자신의 능력 이상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당근과 채찍이라는 수단은 달라도 목표 달성이라는 목적은 하나인 셈이다. ‘시벌로마’는 채찍에 해당하고 ‘주마가편’은 당근에 해당한다.
하지만 당근과 채찍이 만병을 다스릴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라고 할 수는 없다. 효과적인 수단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그 둘의 문제는 지속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당근은 당근이 있을 때만 통하고, 채찍은 채찍을 맞을 때만 유효하다. 당근이 떨어지거나 채찍이 부러졌을 경우에도 똑같은 효과가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게 된다. 일명, 당근 중독과 채찍 중독 현상이다.
북뱅에서 출간한 ‘회사에서 읽는 아들러 심리학’은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칭찬하지 말고, 꾸짖지도 말며, 가르치지도 말라고 한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당근과 채찍의 효과를 따라갈 수 없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는 그보다는 용기 북돋기가 더 의미있다고 한다. 상대가 움직이도록 컨트롤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도와주어야 진정한 홀로서기가 가능해진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