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실 것인가 아니면 책을 읽을 것인가, 북세통

깊은 시름에 잠긴 남자가 있었다. 전성기는 길지 않았고 살림은 궁핍해져만 갔다. 외환위기와 함께 IMF가 터졌고 힘겨운 날들이 이어지자 생활비에 쪼들린 나머지 닥치는대로 세간살이를 내다팔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그 시기에 한 선배가 자살했다는 충격적인 소식까지 들려왔다. 어느덧 자신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죽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자라나기 시작했다.

자살의 유혹을 극복하고 다시 삶을 향해 정진하는 그의 이름은 최형만. 빛나는 대머리로 ‘밑줄 쫙~’, ‘돼지꼬리 땡야~’ 등 모 입시학원 원장의 강의를 흉내내면서 여러 가지 유행어를 히트시킨데 이어 KBS에서 노자를 강의하던 도올 김용옥 교수를 패러디한 ‘돌 강의’로 주가를 높이기도 했던 바로 그 최형만이다.

최형만의 개그에는 단순히 웃음만 들어 있지 않다. 비록 코미디이기는 해도 그 속에 뼈가 되고 살이 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최형만의 코미디를 보고 있노라면 그의 지식 수준에 대해 감탄할 수밖에 없게 된다. 공부하는 개그맨, 책 읽는 개그맨과 더불어 노력하는 개그맨이라는 인상이 짙다. 김용옥 교수를 패러디한 ‘돌 강의’ 역시 그런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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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의 충동에서 벗어나 삶의 의지를 다지게 된 데는 순전히 도서관의 도움이 컸다고 최형만은 말한다. 힘든 시간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마음을 안정시키고 방송 아이디어까지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 힘들고 어려웠던 시기에 독서 대신 술을 선택했다면 아마도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수도 있었다고 한다. 그에게 도서관은 단지 책 읽는 곳뿐만이 아니라 ‘인생을 바꾸는 마술관’이었다.

자신이 몸소 체험했기에 최형만은 독서 전도사를 자처한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 해도 ‘책’ 속에 답이 있으니 ‘책’에서 답을 얻으라고 한다. 이를 최형만은 직독직해라 한다. ‘직접 독(讀)서하고, 직접 해(解)답을 찾는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무엇이 되느냐 보다는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고, 누군가의 멋진 인생을 흉내 내며 따라가는 삶보다는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직독직해의 삶이 더 멋지지 않느냐고 묻는다.

‘북으로 세상과 통하다’는 의미의 ‘북세통’은 최형만과 독서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한 책이다. 자신이 책에서 답을 얻고 책을 통해 힘을 얻었던 일종의 간증서라 할 수 있겠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의 도서관이다. 하버드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은 바로 독서하는 습관이다’라고 말했던 마이크로소프트 CEO 빌 게이츠처럼 최형만도 책과 독서, 그리고 도서관의 소중함에 대해서 열정적으로 설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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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주역의 ‘평범하기만 하고 비탈지지 않은 땅은 없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세상을 살면서 고난과 역경이 없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 들이냐에 따라 성품과 인격이 결정되는데, ‘역경’도 지나고 나면 어순이 바뀌어 ‘경력’으로 변하고, ‘금지’도 어순이 ‘지금’으로 바뀐다고 주장한다. 마치 돌 선생이 째지는 목소리로 강의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대목이다.

‘어른으로 산다는 것’을 쓴 김혜남 의사는 상처에 대해 ‘모든 상처에는 흉터가 남는다. 그 흉터는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삶의 휸장이 될 수도 있고, 숨기고 싶은 창피한 흔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상처를 통해 무너져버리는 것도 자신의 선택에 달린 것이고, 상처를 통해 성장하는 것도 자신의 선택에 달린 것인데, 최형만은 상처를 딛고 성장하기 위해 독서를 선택했고 그러면서 가장 기뻤던 것은 자신의 의식이 바뀐 것이라고 한다.

최형만은 독서의 가장 큰 효용은 자기중심의 시야에서 타인과의 관계로 관점이 이동하는 것이라도 말한다. 독서를 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성이 변하고 인격이 변화되어 의식이 확장되는 결과로 나타난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영혼의 등불이 켜지고(Lamp), 세상을 정복하기 보다 자신의 탐욕을 정복하는 진짜 리더가 될 수 있고(Leader), 레벨 업(Level Up)되는 등 독서는 ‘LOVE(L5V2)’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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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세상과 통하자는 주장은 좋지만 다소 지나치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다. 아무리 좋은 말도 여러번 들으면 잔소리가 되는 것과 같다.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하는 것은 지나치지 않은 일이나 자칫 책 읽으라는 잔소리로 느껴지는 질 수도 있다는 점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차라리 그런 내용은 전반부에서만 언급하고 중반부 이후에서는 독서보다 책이라는 주제에 더 많이 할애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 ‘닥공’ 비법이다. 밑줄 쫙!

1. 중요하다고 느끼는 것을 배울 때, 추상적인 지식이 개인적인 지식으로 체험되는 순간 학습은 잘 이루어진다. 공부의 신들은 모든 것을 이미지화한다.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오래 기억하는 것이다.

2. 능숙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공부를 했다 하더라도 언제든 떠올릴 수가 있다는 거짓 감각에 속아서는 안 된다.

3. 배우려면 먼저 인출하라. 전에 배운 지식과 훈련 내용을 인출하는 습관을 들이면, 점차 이것을 새로운 경험과 연결하는 통합적 사고로 대상을 보게 된다.

4. 어느 정도 인지적 노력을 통해 간격을 두고 반복해서 책의 내용을 회상해야 한다. 결국 공부는 꾸준함이다. 인내와 절제의 지원군은 바로 꾸준함에 있다.

5. 시간을 두고 이루어지는 분산된 연습이 중요하다. 시간 간격을 두고 연습한다.

6. 사실적 지실보다 개념적 지식으로 큰 구조 안에서 기본 요소들의 상호 관련성을 이해한다.

7. 단기적 장애물 예컨대 바람직한 어려움이 있을수록 더 오래 기억한다. 어렵게 공부한 내용들이 가장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8. 인생의 탁월함은 현재의 능력 수준을 넘어서기 위한 분투에서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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