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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야만적인 기록, 노예12년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고 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은 그 자체로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말이다. 종교나 피부 색깔은 물론이고 재산의 많고 적음으로도 차별을 받아서는 곤란하다. 영화 ‘노예 12년'(12 Years a Slave, 2013)은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으로 대우받지 못한 흑인들에 대한 기록이자 인간이기를 거부한 백인들에 대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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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음악가로 활동하고 있는 솔로몬 노섭(치웨텔 에지오포)은 사기극에 휘말리게 되면서 하루아침에 노예가 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1840년대 노예 수입이 금지되면서 자유주의 흑인을 납치해 노예주로 팔아넘기는 인신매매단의 꼬임에 넘어가게 된 것. 좋은 수입을 보장하는 그들을 따라나섰던 게 화근이었다. 자유인의 신분을 주장해 보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건 혹독한 매질이었다.

노예 상인은 자유인 솔로몬을 노예 플랫으로 둔갑시켜 노예주 중에서도 악명 높은 루이지애나로 끌고 간다. 불행 중 다행으로 그나마 착한 주인 포드(베네딕트 컴버배치)를 만나 비교적 순탄한 노예 생활을 하게 되지만, 노예 감독관과의 마찰로 인해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난 후에는 잔인하기로 소문난 엡스(마이클 패스벤더)에게 팔려가는 신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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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이 노예로 팔려간 것은 1841년으로 아직 노예가 해방되기 전이었다. 미국 남부와 북부가 전쟁을 벌인 남북전쟁이 1861년부터 1865년까지이고 링컨의 노예해방 선언은 1863년의 일이니 약 20년 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도 공업지대인 북부에서는 흑인의 자유로운 삶이 보장되어 있었던 반면, 흑인들의 노동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농업지대인 남부에서는 개인 재산의 일부로 인정 받던 시절이었다.

이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노예에 대한 비인간적인 제도에 대해서 분개하게 되지만 그보다 더 치를 떨게 만드는 것은 인간을 가축으로 취급하는 농장주들이 신과 성경을 앞세운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모든 게 ‘신의 뜻’이라고 한다. 특히, 농장에 목화 농장에 2년 연속 흉년이 들자 미개한 것들이 주를 섬기지 않아서라며 오히려 노예들을 더욱 학대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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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주에게 있어 신과 성경은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고 불의를 합리화시켜 주는 도구에 불과할 뿐이었다. 노예들과 함께 주일마다 예배를 드리고 기도도 하지만 그로써 자신들의 도리를 다했다고 자위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사람이 사람을 돈으로 사고파는 일과 검은 피부 여인의 육체를 범하는 일을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흔히 종교인들은 ‘신의 뜻’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곤 한다. 신의 뜻이 이러하니 이래도 된다는 의미로 쓰인다. 하지만 그 누구도 신의 뜻을 아는 사람은 없다. 그저 자기 체면일 뿐이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꾸준히 신의 뜻을 살피는 일에 불과하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농장주들의 신앙이 불편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마치 신의 뜻이 노예를 부리고 그들의 몸을 함부로 해도 된다고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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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예에 대한 영화 중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작품은 어릴 적 TV에서 보았던 드라마 ‘뿌리'(Roots, 1977)였다. 아프리카에서 잡혀 온 쿤타 킨테라는 소년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그린 이 작품은 당시 수많은 사람들을 울렸던 드라마였다. 그에 비하면 ‘노예 12년’은 다소 밍밍한 느낌이다. 노예에 대한 안타까움이나 노예 제도에 대한 고발보다는 12년간 노예로 살아야 했던 개인의 억울함에 촛점을 맞췄기 때문일게다.

노예 12년(12 Years a Slave, 2013)
드라마 | 미국, 영국 | 134분 | 2014.02.27 개봉 | 감독 : 스티브 맥퀸
출연 : 치웨텔 에지오포(솔로몬 노섭), 마이클 패스벤더(에드윈 엡스), 베네딕트 컴버배치(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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