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도시에서살며1

인생은 나그네 길이라고 한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까닭에서다. 원로 가수 최희준은 그런 인생을 ‘하숙생’으로 표현해서 불렀다.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도, 미련도 두지 말고 정처 없이 흘러가노라고 노래했다. 김국환은 그의 노래 ‘타타타’에서 한술 더 떠서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으니 수지맞은 장사가 아니냐고 되묻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외로운 존재다. 혼자 이승에 와서 혼자 떠돌다 혼자 저승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도시는 더욱 외로운 공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부대끼며 살아가기는 하지만 모두들 무표정하게 지나가는 곳이다. 자신과 관계없는 일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어떤 의미에서는 계약된 대로만 살아간다고도 할 수 있다. 미국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은 ‘군중 속의 고독’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는 전라도(보성)에서 태어나 경상도(부산)에서 자란 후 서울에 자리 잡은 어떤 남자의 감회를 담은 책이다. 어렸을 때 잠깐 들른 광주와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복잡한 서울에서 고독하고 피로하게 살아가는 나날에 대한 편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삶에 지치고 외로운 당신에게 안부를 묻는다. 사느라, 살아 내느라, 여기까지 오느라 애썼다고.

이 책은 읽는 이로 하여금 도시 생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도록 만들어 준다. 너무 익숙해서 그 의미조차 잊고 살았던 것들에 대한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바쁜 일상에 치여 놓치고 있었던 그러나 참으로 소중한 것들 46’이라는 부제처럼 도시에서의 마흔여섯 가지 생활들이 담겨있다. 익숙하지만 낯선, 혹은 낯설지만 익숙한 도시와의 재회라고나 할까.

그 마흔여섯 가지도 대단한 일들이 아니다. 대단한 것으로 포장했을 뿐이다. 가령 혼자 밥 먹기는 ‘외롭지만 거룩한 시간’으로 표현했고, 택배 받기는 ‘내가 먹어치운 상자들이여’라고 표현했다. 편의점 가기는 ’24시간 내내 깨어 있는 문명’으로 묘사했고, 이사하기는 ‘도시에서 유목민으로 산다는 것’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그러고 보면 지극히 사소한 일들임에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관점이 달라지니 행복은 마음에 있다는 말이 틀리지 않나 보다.

저자는 말한다. 언제나 도시 때문에, 사람들 때문에 지치고 피로에 짓눌린다고 생각했지만 문제는 도시가 아니었다고. 문제는 ‘어디에 있는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였다고. 지금 서 있는 곳에서 행복할 수 없다면 세상 그 어느 곳을 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행복은 발견의 문제이지 성취의 영역이 아니라고. 진정한 여행은 낯선 곳에서 돌아와 살던 집에 다시 짐을 풀면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이 책은 감성 에세이답게 화사한 비주얼이 인상적이다. 내용에 걸맞는 사진들을 덧붙이므로써 눈으로 보는 즐거움까지 겸비했다. 내용은 읽지 않고 군데 군데 섞여있는 사진만 봐도 기분이 좋아질 듯하다. 분명 매력적인 책인데 뭔가 아쉽다. 흔히 얘기하는 말로 2% 부족해 보인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려면 다시 읽어볼 필요가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다시 읽고 싶은 생각은 없다. 아마도 이 부분에 답이 있지 싶다.

1. 혼자 밥 먹기 | 외롭지만 거룩한 시간 / 2. 택배 받기 | 내가 도시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 / 3. 면접 보기 | 면접관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것 / 4. 호의 받아들이기 |잘 받고 잘 주는 법을 배우기까지 / 5. 일하기 | 일에 관한 지극히 소박한 진실 / 6. 나를 받아들이기 | 핑계 찾아 삼만리 / 7. 나직이 읊조리기 | 스스로에게 보내는 응원 / 8. 도시에서 사랑하기 | 천국에서 미리 가불한 시간 / 9. 감사하기 | 사랑하는 힘을 일깨우는 마법 / 10. 도시 산책 1 | 밤이 더 어두웠으면 좋겠어요

11. 명절 보내기 | 고향과 타향 사이 / 12. 타인 이해하기 | 사람 때문에 마음이 다칠 때 / 13. 내 집 마련하기 | 집의 노예로 사는 시대 / 14. 공항 가기 | 여행이 못 견디게 그리울 때 / 15. 인생 배우기 | 엄마가 말했다 / 16. 우정 쌓기 | 사랑이 아니어도 좋은 그들 / 17. 이사하기 | 도시에서 유목민으로 산다는 것 / 18. 버스 음악 듣기 | 뽕짝이 가슴에 와 닿던 날 / 19. 거짓말하기 | 사랑할 때 하는 찬란한 거짓말들 / 20. 도시 산책 2 | 이방인에게는 낯선, 너무나 낯선 풍경들

21. 장보기 | 사람을 홀리는 마트에서 생각하다 / 22. 대화 나누기 | 오늘 처음 만난 것처럼 듣는다면 / 23. 더불어 살기 | 그해 겨울이 내게 일깨워 준 것 / 24. 살림 장만하기 | 우리를 목마르게 하는 것들 / 25. 광장에서 생각하기 | 한 사람의 어른이 된다는 것 / 26. 행복해지기 | 하루 벌어 하루 살기 / 27. 재테크하기 | 불안이 앞세우는 변명들 / 28. 편의점 가기 | 24시간 내내 깨어 있는 문명 / 29. 서로 매혹되기 | 사랑의 호황기와 불황기에 대하여 / 30. 도시 산책 3 | 나무 같은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

31. 고향 떠나기 |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사 / 32. 전화하기 | 도시에서 손전화 없이 사는 살아보기 / 33. 자기 소개하기 | 인간이 명함을 만든 이유 / 34. 부탁과 거절하기 | 당신은 내 자존심을 건드렸어요! / 35. 중독되기 | 우리는 왜 중독에 빠지는 걸까 / 36. 쉬어가기 | 없으면 탈 나는 두 가지 / 37. 터미널에서 서성이기 | 터미널에 나가 기다리고 싶었던 그대 / 38. 롯데월드 가기 | 내 마음속 청춘의 랜드마크 / 39. 느끼기 | 한 순간의 느낌에 속지 않기를 / 40. 도시 산책 4 | 굳이 여행을 떠나야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41. 느리게 걷기 | 내가 사랑했던 그곳에 대하여 / 42. 춤추기 | 당신의 화양연화는 언제인가 / 43. 정리하기 | 묘비명을 짓는 시간 / 44. 출근하기 | 아침마다 찍는 영화 한 편 / 45. 마음 알아차리기 | 나는 오늘 몇 개의 콩을 옮겼는가 / 46. 나누기 | 진정한 이기주의자로 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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