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회사에서는 이상한 사람이 승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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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하기만 하면 조직에서 인정받으리라 생각했다. 진심을 다한다면 언젠가는 통할 것이라는 사실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열심히 일하기보다는 요령껏 일하는 동료가 더 인정받고, 진심보다는 아부를 앞세우는 동료가 더 잘 나가는 게 현실이다. 안타깝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다. 불의를 물리치고 정의가 승리한다는 아름다운 결말은 웬만해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왜 회사에서는 이상한 사람이 승진할까?’라는 제목에 시선이 머물렀던 것도 그런 반작용 심리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불의한 조직을 마음껏 비웃어 주고픈 생각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열심과 성의를 다해 일하는 내가 문제가 아니라 그런 인재를 몰라보는 조직이 문제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을 것이다. 묘한 호기심을 가지고 이 책을 펼쳐 들었던 이유라 하겠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짜장면을 주문했는데 짬뽕이 나온 기분이고, 피자를 주문했는데 빈대떡이 나온 기분이 든다. 남자 화장실 표지를 확인하고 들어갔는데 남성용 소변기가 보이지 않는 묘한 상황에 맞닥뜨린 것 같기도 하다. 얼른 입구로 돌아가서 화장실 표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그 사이 누군가가 들어오기라도 하면 변태로 몰릴 게 분명하니.

‘험난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걸림돌을 비켜가는 48가지 비법’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이 책에 대해서 직장인 처세서로는 훌륭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싶다. 상사는 일만 잘한다고 승진시키지 않으니 ‘상사를 내 편으로 만들어라’거나 ‘상부상조하는 동료 관계를 쌓아라’, ‘자기 관리를 놓치지 마라’, ‘직장 내 악마와 맞서 싸워 이겨라’ 등과 같은 현실적인 조언을 들을 수 있는 내용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어떤 상사라도 만족시키는 여덟 가지 방법’을 보면 ① 말한 것은 반드시 지켜라 ② 깜짝 뉴스는 금물(진행 상황을 보고하라) ③ 내게 주어진 업무에 집중한다 ④ 조언하되, 지시에 따르라(결정이 난 뒤에는 받아들인다) ⑤ 불평이 아니라 대안을 내놓아라 ⑥ 단순명료한 말과 글로 소통한다 ⑦ 최고의 성과를 낸다 ⑧ 상사가 성공할 수 있도록 밀어준다와 같이 당연하지만 꼭 필요한 부분들을 설득력 있게 들려주고 있다.

이 책은 알맹이가 빠져있는 허울만 좋은 여타 자기 개발서와는 다르다. 직장인들을 위한 잠언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곁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보면 좋겠다. 이제 막 직장 생활을 시작한 초년생에게도 그렇고 비교적 오랫동안 직장에 몸담았던 경력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상사, 동료, 부하직원을 비롯해서 직장생활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다만, 국내 정서에 맞지 않는 내용도 들어 있다는 점은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평가받는 인사고과에서 벗어나라'(p43)와 ‘연봉을 인상하는 절대 비법'(p50)에서는 상사에게 자신의 능력을 어필하게 그에 맞는 조건을 제시해서 반드시 얻어내라고 조언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 써 먹기에는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 솔깃한 주제이기는 하지만 더불어 허탈감도 불러올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 화장실처럼 뭔가 착오가 있다고 느낀 것은 이 책의 내용이 당초 기대했던 내용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원했던 것은 이 책의 제목처럼 왜 회사에서는 이상한 사람이 승진하는가에 대한 비정상적인 상황에 대한 내용이었다. 으슥한 곳에서 침튀겨가며 뭐 이런 이상한 조직이 있고 뭐 이런 형편없는 상사가 있느냐며 침을 튀겨가며 비난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제목과 달리 너무 올바른 내용들로만 채워져 있었다. 이 책의 내용처럼 했는데도 인정받지 못하고 승진하지 못했다면 충격적인 반전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의 원래 제목이 ‘Business Without the Bullshit’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고개가 끄덕여 진다. ‘헛소리 아닌 비즈니스’라는 원제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자극적인 제목을 가져다 붙였기에 일으킨 혼란이었다.

책의 내용만 보면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한 번쯤은 되돌아봐야 할 직장생활과 직장 내 관계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 책에서 말하는 대로만 하면 누구나 인정받고 승진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런데도 제목은 ‘왜 회사에서는 이상한 사람이 승진할까?’다. 출판사는 원제와 전혀 다른 자극적인 제목에 대해 스스로 흐뭇해 하고 있을지 몰라도 얄팍한 상술이 개입되었다는 점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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