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이라더니…

“사람이 길을 넓혀가지, 길이 사람을 넓힐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인능홍도 비도홍인(人能弘道 非道弘人)’이 바로 그 말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도 있으나 근본적으로 자리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라고 할 수 있다. 그 자리를 감당할만한 사람이어야 진정으로 그 자리에 어울리는 법이기 때문이다.

흔히 이상적인 말을 하는 사람들은 “공자님 말씀하고 있네”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좋은 말이기는 해도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의미에서다. 하지만 사람으로 태어나서 마땅히 알아야 할 것들이 있고 그중에는 공자님 말씀도 있다. 알다시피 공자님 말씀은 ‘논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논어’는 공자(BC 551~479)가 제자와 학인 그리고 정치인 등을 만나서 나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 자체는 공자가 직접 쓰지 않았고, 공자가 죽은 후에 제자들이 기록한 자료들을 묶은 편집본이다.

사실 젊어서는 구태라고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한국인의 체면 문화가 유가 사상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랬었다.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말에 동의했던 것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선인들의 지혜에 이끌리게 되었고, 언젠가 한 번은 ‘논어’를 익어야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21세기북스)이라는 책의 제목이 눈에 띈 것도 그래서일 게다.

그 책(2011년)이 나온 지 꼭 4년 만에 2편이 나왔다. ’20만 독자가 사랑한 베스트셀러 두 번째 이야기’라는 수식어까지 붙어서 나왔다. 1편을 읽어보지 못했어도 관심을 가질만했다. 전작에 대해 인터넷 서점 서평을 보면 “논어의 매력에 빠졌다”느니 “내 나이 마흔에 공자를 만났다”느니 하면서 극찬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개중에는 “실망만 안겨주었다”거나 “단지 논어 내용을 해석한 책”이라며 실망한 글들도 드물게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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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기대에 비하면 실망스러운 책이었다. 공자님 말씀을 기대했건만 그보다는 저자(신정근)의 잡설이 더 많아 흐름을 방해하기도 했다. 저자는 해설이라 주장하겠지만 꿰어 맞추기식의 억지 춘향의 혐의가 진다. 이는 신정근 엮음이 아니라 신정근 지음이라 한데서도 알 수 있다. 저자로서는 다른 논어책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싶었던 듯한데 그런 생각이었다면 내용을 더 알차게 하고 대중적으로 만들었어야 했다. 제목은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이라고 했다면 일단 ‘논어’에 포커스를 맞추는 게 옳기 때문이다.

이 책에 앞서 대형 마트에서 미니북으로 판매하는 ‘내 인생의 지침, 논어'(파라북스)라는 책을 샀었다. 동리자(동리자) 엮음에 김인지 옮김으로 되어있는 ‘내 인생의 지침, 논어’는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2’에 비해 읽기도 훨씬 수월했고 내용도 알찼다. 공자 시대의 인물들을 동원시켜 읽는 재미까지 곁들였다. 사실 그 책에 대한 만족도 때문에 이 책도 기대했던 것인데 결과적으로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한 책이었다.

대학 시절 사전 정보 없이 그야말로 함부로 ‘주역’ 강의를 선택한 적이 있었다. 순전히 고전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분야에서 상당한 권위자였던 교수는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과는 상관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늘어놓을 뿐이었다. ‘주역’이 어려운 학문이고 교양 과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학생들로 하여금 보다 더 친근하게 ‘주역’이라는 학문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 해주어야 할 텐데 그러기는커녕 오히려 어려운 말들로 시간을 채워나갔다.

이 책을 보면서 그때 그 교수가 떠오른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혹여라도 나처럼 ‘논어’에서 재미를 얻고자 한다면 이 책은 절대 비추하는 바이다. 차라리 위에서 말한 ‘내 인생의 지침, 논어’가 훨씬 낫겠다. 아니 ‘논어’라는 학문을 배우기 위해서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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