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는 후반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스코어는 4:4. 볼티모어는 1회초에 얻은 3점을 지키지 못하고 클리블랜드에게 동점을 허용한 채 7회를 맞았다. 누군가 포문을 열어주어야 할 상황. 하지만 6회 삼자범퇴에 이어 7회에도 두 명의 타자가 모두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그리고 김현수가 타석에 들어섰다. 삼진 두 개와 볼넷 하나에 불과한 성적이었지만 홈런이라도 한 방 터져 준다면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으리라.
클리블랜드의 세 번째 투수 제프 맨쉽은 김현수를 상대로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꽂아 넣었다. 두 번째공에 김현수가 방망이를 휘둘러 보았지만 파울이었다. 그런 후에는 연속해서 볼이 두 개가 들어왔고 다섯 번째 공이 던져졌다. 92마일짜리 투심 패스트볼이었다. 김현수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아갔다. 타구는 우측 펜스를 넘어 그대로 관중석에 꽂혔다. 팀에 승리를 가져다주는 결승점이자 김현수의 메이저리그 데뷔 첫 홈런이었다.
30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클리블랜드와의 원정경기에서 김현수는 2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자신의 데뷔 첫 홈런을 쏘아올렸다.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후 17경기 47타석 만에 나온 비거리 337피트(약 115m) 짜리 마수걸이 홈런이었다. 그동안 벤치에서 겪어야 했던 설움을 날리는 한 방이자 5경기 연속 선발 출장을 기념하는 축포였다.
홈런을 친 후 김현수는 잰 걸음으로 그라운드를 달렸다. 조금 빠르다 싶은 속도였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기분이었지만 티 내지 않았다. 그런 김현수에게 돌아온 건 싸늘한 냉담이었다. 김현수는 좋아서 양손을 들어 흔들었으나 아무도 김현수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첫 홈런 선수에 대한 무관심 세리머니로 일명 깜짝파티였다.
경기 후 김현수는 인터뷰에서 “안 넘어갈 줄 알았는데 홈런이 돼서 기분이 좋았다. 언제든지 경기에 나설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또 “특히 팀 승리에 기여할 수 있는 첫 홈런이 나와 흥분됐다. 홈런은 항상 나를 기쁘게 하지만 팀 승리를 도왔을 때 더 기쁘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현수의 데뷔 홈런은 구단이 돌려받아 벅 쇼월터 감독의 더그아웃 책상에 놓여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호의 시애틀과 경기를 펼친 미네소타의 박병호는 어제 5타수 무안타에 이어 오늘도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첫 타석에서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난 박병호는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볼넷을 고른 다음 후안 센테노의 2루타 때 홈을 밟아 1득점을 기록했다. 세 번째 타석은 삼진, 네 번째 타석은 유격수 팝플라이 아웃이었다.
시애틀 선발 명단에서 빠졌던 이대호는 9회말 투아웃 상황에서 대타로 타석에 들어섰다. 시애틀이 2:5로 뒤지던 상황에서 프랭클린 구티에레스의 투런홈런으로 4:5까지 따라붙자 이대호에게 동점포를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대호의 방망이가 헛돌아 가면서 어제에 이어 1점 차로 미네소타의 승리로 끝났다. 메이저리그 꼴찌 승률의 미네소타는 시애틀과의 3연전을 모두 승리로 챙기는 이변(?)을 남겼다.
한편, 텍사스와 원정 경기를 갖은 피츠버그의 강정호는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고, 피츠버그는 어제에 이어 2:6으로 무릎을 꿇었다. 세인트루이스는 워싱턴에게 2:10으로 크게 패하면서 오승환은 등판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