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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15년 만에 다시 찾아간 사이판 - Journeyman이 바라본 세상
15년 만에 다시 찾아간 사이판

사이판

요즘에는 신혼여행지가 다양해져서 푸켓이나 보라카이, 발리, 몰디브, 뉴칼레도니아 등과 같은 곳으로들 많이 떠나지만 예전에는 해외로 나가는 신혼부부들의 거의 대부분이 괌이나 사이판으로 향했었다. 이러한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에서도 대형 여객기를 띄울 만큼 대단한 인기를 누리던 신혼여행지였다. 하지만 97년 괌에서 발생한 대한항공 추락사고 때문에 괌으로 향하던 직항 편이 폐지되었고 그로 말미암아 괌과 사이판은 서서히 잊혀가기 시작했다.

우리 부부의 신혼여행지도 대부분의 신혼부부들과 마찬가지로 괌과 사이판이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4박 5일 중에서 괌에서 2박하고 나머지 2박은 사이판으로 옮겨서 지내는 것이었다. 모처럼의 나들이니 만큼 괌과 사이판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 끌려서 선택했던 일정이었다.

괌과 사이판에서 묵게 될 숙소는 둘 다 PIC였다. PIC는 다른 호텔들과 달리 다양한 레저시설이 구비되어 있어서 언제라도 즐길 수 있다는 매력이 있었다. 신부와의 첫날밤을 근사한 호텔방에서 보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겠지만 첫날밤은 불과 하루에 지나지 않던가. 그래서 과감히 첫날밤의 분위기를 포기하고 재미를 택했던 것이다.

당시 저렴한 가격의 패키지를 이용하다 보니 국내 항공이 아닌 마이크로네시아 항공의 소규모 비행기를 타게 되었고 그나마도 괌으로 직행하지 않고 사이판에 들렀다 괌으로 가는 여정이었다. 물론 반대로 돌아올 때는 괌에서 출발해서 사이판에 들렀다가 서울로 오게 된다. 우리 부부는 이틀 전에 사이판으로 이동했으므로 중간 기착지 없이 서울까지 올 수 있었지만 문제는 괌에서 이미 좌석 배정이 끝난 상황이어서 사이판에서는 신혼부부라 해도 자리가 제각각일 수 있고 더 나아가 아예 빈자리가 없을 때도 있는 점이었다. 15년 전 그때는 그랬었다.

괌에서의 2박 3일은 꿀맛이었다. 날씨도 좋았고 PIC도 마음에 들었다. 호텔 객실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보니 방음장치가 부실해서 옆방 부부의 애정행각이 생방송으로 중계된다는 점은 흠이었지만 그래도 40여 가지의 레저시설은 무척 마음에 들었다. 가이드에게 끌려다니다 보니 PIC의 각종 시설들을 이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던 시간이 안타까울 지경이었다.

그런데 사이판은 달랐다. 괌에서는 그리도 좋던 날씨가 사이판에서는 폭우로 변해 있었고 이 비는 빗줄기만 가늘어졌지 다음날에도 그치지 않았다. 사이판의 명소라는 만세절벽에서 바라본 바다의 색깔은 코발트빛이 아니라 검은색이었다. 흡사 유조선의 침몰로 흘러나온 원유가 온 바다를 장악한 듯 보일 정도였다. 게다가 괌과 비교되는 PIC의 규모도 사이판에 대한 인상을 그리 좋게 남기지 못 했다. 차라리 괌에 계속 있을 걸 그랬다는 아쉬움만 이어질 뿐이었다. 더구나 떠나오던 날 아침 맑게 개인 하늘을 보니 더욱더 속이 상했다.

우리 부부는 다시 사이판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두 부부만이 아니라 두 아들 그리고 홀어머미와 함께다. 15년 전 그다지 좋은 기억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이판으로 결정한 것은 다녀온 사람들의 증언이 이어졌던 탓이었다. 가격도 괌보다는 약간 저렴했고 무엇보다 리무진 투어라는 점이 아내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든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좁은 봉고를 타고 다니는 게 아니라 고급 리무진을 타고 다닌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물론 리무진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는 것은 와서야 알았지만.

그리고 사이판이 이토록 아름다운 곳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15년 전에는 못 가보았던 마나가하 섬도 가보았고 만세 절벽에서 밤하늘을 가득 수놓고 있던 남태평양의 별들도 올려다볼 수 있었다. 바텀 피싱으로 바닷고기를 직접 잡아보기도 했고 차모로 원주민 체험도 해봤다. PIC의 레저 시설들을 마음껏 즐겼음은 물론이다. 사이판이 이토록 아름다운 곳이었음을 15년 만에 비로소 깨닫게 된 것이다. 조용한 남태평양의 작은 섬에 다시 또 가보고 싶어진 이유다.

2 Comments

  1. koyang4283

    2016년 7월 8일 at 10:05 오전

    15년 전과 지금은 느낌에 있어 아무래도 다르겠지요. 신혼여행이라는 것이 으레 그렇듯 여러가지로 신경 쓰일 일이 많으니 여행이 온전하게 느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세월이 지난 후 그 시절을 반추하면서 새삼 행복과 충만함을 갖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복된 일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2. 김 수남

    2016년 7월 9일 at 7:43 오전

    어머님님도 모시고 두 아드님과 함께 신혼 여행지였던 사이판을 15년 만에 다시 찾으신 감회가 선생님 내외분께는 정말 특별하셨겠습니다.글로만으로도 사이판의 아름다운 풍경이 그려집니다.아직 못 가본 곳이지만 기회되면 저희도 들려 보고 싶습니다.행복한 가족 여행 소식 나눠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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