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판 원주민들은 차모로족이다. 차모로족은 사이판 뿐만 아니라 괌을 비롯해서 서태평양 미크로네시아의 마리아나 제도에 분포되어 있는 원주민이다. 사이판 여행에서 차모로 원주민 체험 행사는 첫날 오후에 진행되었는데 만세절벽과 새섬 등 사이판 북부 관광을 마친 후 오후 4시에 버스에 몸을 싣고 산길을 달려갔다. 체험 행사장은 사이판 중부 산 중턱에 있다보니 마나가하 섬이 내려다 보이는 비교적 괜찮은 경치를 가지고 있었다.
체험 행사장 입구에 도착하면 남자는 바나나 나무껍질로 만든 관을 씌워주고 여자는 천으로 둘러준다. 사이판 원주민인 차모로족의 의상이라고 한다. 그리고 행사장으로 내려가면 차모로 족장(?)이 코코넛의 효능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열매의 알맹이를 비롯해서 먹고 마시고 바를 수 있는 열매의 모든것이 몸에 좋다는 것이다. 그런데 왠지 그 모습이 약장사 같다는 인상을 받았으니 나도 참 불순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행사장 곳곳에는 체험을 위해 준비된 시설들이 있었는데 체험보다는 관광을 기대했기에 처음에는 그것들의 의미를 잘 몰랐다. 그냥 구경만 하다 가는 것보다 이렇게 체험하는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런 체험은 여기가 아니어도 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자 조금 실망스럽기도 했다. 체험 행사장 한켠에서는 얼굴에 꽃을 장식해주는 페이스 페인팅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어서 사이판 전통 음식이 소개되었다. 열대 지방답게 자연 그대로가 담긴 그야말로 천연 음식들이었다. 코코넛을 갈아서 만든 코코넛 캔디와 파파야 과일을 소금에 절인 파파야 꼬꼬 등 대여섯 종류의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혹시 판매용이 아닌가 싶었는데 체험장에 들른 관광객을 위해 서비스 되는 음식물들이니 간단히 맛만 보라고 한다. 입맛에 안맞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달짝지근하고 먹을만 했다.
체험 행사장이 산 중턱에 있다보니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고 특히 사이판에서 가장 유명한 여행지 가운데 하나인 마나가하섬도 바라볼 수 있었다. 원주민 전통음식 체험을 마치고 잠시 쉬는 동안 바다를 내려다 보니 제법 볼만한 경치가 펼쳐져 있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차모로족 체험 행사가 진행되는데 한데 모여서 하는게 아니라 각기 파트가 나뉘어져 있어서 원하는 쪽에서 체험을 진행하면 된다. 구슬을 이용한 반지 만들기, 나무 껍질로 공예품 만들기, 꽃잎으로 엽서만들기, 휴대폰 고리 만들기 등인데 가장 그럴듯한 곳은 나무 껍질로 만든 공예품이었다. 그리고 눈치만 빠르다면 이곳 저곳을 옮겨가며 행사에 참여하는 것도 좋겠다.
만들기 체험이 끝나면 여자들만 모아놓고 차모로족의 전통 춤을 가르켜 준다. 동작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고 단순 동작의 반복이었다. 그 후에는 다섯 커플을 모아 전통 결혼식을 시켜준다는데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별다른 볼거리는 아니었다.
그나마 체험 행사장 차모로족 원주민들의 인상은 좋았다. 푸근하고 성실해 보이기까지 했다. 날은 덥고 날파리가 수없이 날아다니면서 귀찮게 했고 체험 행사가 다소 따분하게 진행되었다는 점은 아쉬웠지만 행사장 원주민들의 성실한 모습 때문에 다 용서하고자 한다. 그래도 한번 보고 마는 쇼보다는 최소한 몇가지는 실물로 남기지 않았던가. 모롬지기 다 받아들이기 나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