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판으로 여행을 떠나고자 한다면 마나가하섬은 무조건 다녀오고 볼 일이다.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을만큼 멋진 곳이기 때문이다. 마나가하섬 투어는 패키지 구성에 따라 포함되어 있기도 하고 제외되기도 하는데 만일 가격에 맞춰 저렴한 상품으로 사이판 여행을 떠날 경우 다른 옵션은 안해도 마나가하섬 투어는 반드시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마나가하를 다녀와야 사이판을 다녀왔다고 할 수 있는 이유에서다.
사이판 중부 가라판 앞바다에 위치한 마나가하섬은 그리 크지 않은 섬이다. 섬 둘레가 1.5Km 정도에 불과하며 걸어서도 단 15분이면 한바퀴 돌 수 있을 정도다. 10분 정도 배타고 나가야 하는 작은 섬, 우리나라로 치자면 남이섬 정도라고 할 수 있지만 남이섬보다 작은 곳이다. 하지만 끝없이 파란 눈부실 정도로 하얀 모래 그리고 한없이 투명한 바다가 이곳이 지구인지 아니면 또 다른 별세계인지 분간할 수 없게 만들어 준다.
사이판으로 향하는 배는 여행자들로 가득하다. 그도 그럴 것이 사이판의 최고 관광지다 보니 찾는 사람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이유에서다. 대부분 마나가하섬 일정이 포함된 패키지를 이용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현지에서 가장 많이 선택하는 옵션 상품이기도 하다. 마나가하섬에서 여유있게 지내지 못하는 이유는 그곳에서의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오는 배시간을 맞춰야 한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다.
우리가 타고간 배는 그저 평범한 배여서 마치 남이섬으로 들어가는 느낌과 비슷했었는데 마나가하섬으로 가는 배에도 종류가 여럿이 있다고 한다. 이층배는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고 또 다른 배의 경우에는 바닥이 유리로 되어 있어서 2차 대전당시 격추된 일본 제로 전투기(가미가제 폭격기), 열대어들의 집이된 침몰선과 가지 각색의 산호초 등을 구경할 수 있다고 한다. 배를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후자도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패키지의 경우에는 배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의 여지는 거의 없다는 점은 아쉬울 따름이다.
사이판은 외지인들의 부동산 소유가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모든 관광지들이 빌려서 일정 기간 동안만 사용하고 반환하게 되어있다고 하는데 마나가하섬도 일본 여행사(TASI TOUR)가 싸이판 정부로부터 55년간 임대하여 관광지로 개발된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곳곳의 안내판은 모두 일본어로만 기재되어 있었다.
선착장에서 바라본 마나가하섬의 첫 인상은 그저 감탄만 나올 뿐이었다. 맑고 투명한 바다와 그림같이 펼쳐져 있는 야자숲, 여행을 많이 다녀본 사람이라면 시큰둥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눈에는 이곳이 바로 지상낙원이 아닐까 생각될 수 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배에서 내리면 숲을 가로질러 건너편으로 이동하게 된다. 나라별로 이용할 수 있는 구역이 나눠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숲의 곳곳에는 태평양 전쟁의 흔적으로 당시에 사용되었던 대포가 유적처럼 남아있기도 하다. 하지만 배시간에 쫓겨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수풀 건너편에 펼쳐진 백사장과 바다는 또 한번 여행자들을 황홀에 빠지도록 한다. 파란 하늘과 어우러진 코발트빛 바다가 한데 어우러져 다시 한번 감탄을 자아내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얀 모래는 톱밥처럼 부드러워서 지구에는 없었던 것을 만나는듯 신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마나가하섬에서는 누구나 다이버(?)가 되기 마련이다. 먼 바다로 나가지 않고도 간단하게 물안경을 끼고 얼굴만 바닷물에 파묻으면 그대로 물고기들과 산호들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 위와 물 아래로 펼쳐진 모습들이 마냥 신기해서 시간 가는줄 모르고 바다 위를 떠다닐 정도다. 그런 이유로 마나가하섬에 가면서 스노클링 장비(물안경, 구명조끼, 오리발)를 가져가지 않으면 가나마나섬이 될 것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스노클링에 사용되는 장비는 전날 대여점에서 빌리면 오전에 선착장으로 배달해 준다.
같은 바닷물이지만 이곳에서는 끈적임을 전혀 느낄 수가 없다. 산호 효과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별도로 샤워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굳이 하고자 한다면 간이 샤워시설이 준비되어 있으므로 간단한 샤워 정도는 가능하다. 마나가하섬에서 머무르는 시간은 세시간 남짓 정도에 불과하다. 당연히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시간 분배를 잘해야만 스노쿨링도 즐기도 섬도 돌아보고 사진도 찍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아쉬움 속에 돌아서게 될 것이다. 물론 그래야 다음에 또 가고 싶은 마음이 들겠지만 …